변산은 친환경 농업의 역사로 유명한데, 부모님의 대를 이어 친환경 농사를 짓겠다고 농사를 짓는 총각이 있어 만나봤다.
- 나이가 어떻게 되죠?
“올해 만 28세입니다.”
- 농사는 언제부터 지었나요?
“작년에 처음 내려와서 어머니와 함께 농사를 지었습니다. 대학교 졸업하고 집짓는 걸 배우고 싶어서 한 1년 반 정도 목수 생활을 했구요. 그 다음에 바로 내려왔죠.”
- 요즘 청년들은 농사짓는 것을 꺼려하는데요.
“저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농사지으시는 것을 보고 자랐구요. 고등학교도 풀무 농업고등기술학교를 다녔고, 대학도 농대를 나왔어요. 그래서 농사를 짓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없었고, 언젠가 농사를 지을 거라고 늘 생각했어요. 그래서 갈등같은 것은 안해 봤어요.”
- 직접 농사를 지어보니 어떻던가요? 할만 한가요?
“(헛웃음이 먼저 터졌다.) 허허허. 그게 생각하고 정확히 맞진 않더라구요. 제가 뭐 딱히 정확한 생각을 해 온 것은 아닌데, 그동안 부모님 곁에서 도와드리면서 했던 일이랑, 제가 직접 농사꾼이 되어서 하는 일이랑 많이 달랐어요.”
- 뭐가 다르던가요?
“무엇보다도 농사 일이 너무 힘들어요. 허허허. 제가 일에 미숙한 탓도 있겠지만, 일거리가 생각보다 너무너무 많은 거예요. 부모님 농사법이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이거든요. 그래서 여름철이 시작되면 거둬야 하는 작물도 감자, 양파, 마늘 등등 엄청 많고, 새로 심기도 해야 되고, 심어놓은 거 김매기도 해야하고, 거둬들인 것은 정리해서 다시 포장하고 택배까지 보내야하니까 정신이 없더라구요.”
- 하다보면 곧 감을 잡겠지요 뭐.
“그게 그리 녹녹치가 않아요. 재배 품종이 많으니까 어떤 작물에 대하여 주목해서 공부해 볼 틈도 없고, 일에 쫒겨서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뭔가 허탈하기도 하구요. 그리고 생각보다 소득이 적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어요.”
- 직업으로서 쉬운 직업이 어디 있겠어요? 점차 베테랑이 되어가야지.
“스스로 농촌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도시 생활에 익숙해 져 있는 것같아요. 몸쓰는 데 익숙하지 않고 머리 쓰는데 더 익숙해진 거죠.”
- 직업으로서 농군의 매력은 뭘까요? 본인은 별 갈등 없었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에게 이 직업을 소개할 수 있다면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요?
“무엇보다도 소외되지 않는 삶이 매력이죠. 도시에 직업들은 세분화되어서 전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 잘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근데 농사는 씨뿌리는 것에서부터 거두어 저장하는 것까지 전체적인 과정을 총괄할 수 있어요.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서 살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20대 청년의 순박한 모습을 시리도록 좋아 하지만, 가슴 한켠에 작지만 아리게 일어나는 염려스러운 마음은 뭘까? 어느새 그 시절을 20년 전에 넘겨버린 선배의 노파심일까? 작은 씨앗이 크고 작은 풍파를 견디고 풍성한 과실을 맺는 것처럼 젊은 농부의 꿈도 부디 그러하기를.
신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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