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의 ‘목민심서’는 공직자들이 지켜야 할 도리를 구체적으로 나열한 책이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 깊이 간직하며 실천하는 지표로 삼고 있다. 이 책에 보면 ‘법이란 임금의 명령이다. 법을 지키지 않으면 임금의 명을 거역하는 것이다.’란 구절이 나온다. 이 말을 민주주의에 맞추어 ‘법은 국민의 명령이다. 법을 따르지 않으면 국가의 역적이다.’라고 번역해도 될 듯하다. 조선시대에는 임금이 곧 국가이고 임금의 말이 법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아직도 대통령을 위시한 권력자의 명령에는 복종하지만 국가의 주인인 국민과 법을 우습게 여기는 공직자들이 많은 것 같다. 이른바 ‘영혼이 없는 공무원’ 들이다. 이 말은 1904년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그의 책 ‘개신교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영혼이 없는 전문가라고 썼던 말에서 유래한다. 관료의 정치적 중립성과 국민을 섬기는 공복의식을 강조하는 말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신분보장의 정신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의 정책에 충실히 따르는 것”이라고 일찍이 설파한 강만수 전 장관이 그 영혼이 없는 공무원의 대표 격이다. 국민이 뽑은 권력자는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았으니 공무원은 그저 권력자의 명령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단순한 논리다.
의회도 마찬가지다. 입법과정에서 의원 각자가 자신의 소신보다 소속정당의 당론에 따를 수도 있다 치자. 그러나 의회가 정부권력을 감시하는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 국민보다 권력자의 눈치를 살핀다면 삼권분립원칙이 손상될 것이다. 더 나아가 사법기관이 정부 권력자에게 휘둘린다면 이미 민주주의국가의 자격을 상실하고 만다. 과거 독재정권 하에서 법원이 권력자의 눈치를 보던 시절이 있었다. 이후 민주화 과정에서 사법권 독립은 큰 진전을 이루었으나 검찰개혁은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다. 검찰은 준사법기관이다. 그리고 검사는 그 개개인이 독립된 행정기관이다. 참여정부 초기에 노대통령에게 대들던 검찰의 결기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
국정원 댓글 선거개입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진실을 숨기기에 급급한 권력에 의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물러나더니 새롭게 밝혀진 트위트 글로 인해 수사를 총괄하던 윤석열 전 수사팀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수사에서 배제됐다.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서울고검에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국정감사에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국정원 직원 체포 전에 윤검사가 상부 보고절차를 무시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그러나 윤검사는 국감장에서 보고절차를 지켰으며, 오히려 조영곤지검장이 자신에게 외압을 가했다고 진술했다. 윤 전 팀장의 말을 들어보자. “국정원 직원 3명 긴급체포와 트위트 글 약 6만 건에 대한 추가기소 전에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보고했지만 조검사장이 격노하며 반대했다.” 이어서 윤검사는 조검사장이 “야당을 도와줄 일 있나? 야당이 얼마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겠나? (국정원 직원 체포 및 트위트 수사를) 계속하려면 내가 사표 내겠다.” 말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조직이 외압에 의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다시 목민심서를 보자. ‘윗사람의 명령이 공법에 어긋나고 민생을 해치는 일이면 마땅히  굽히지 말고 자신을 확실히 지켜야 한다.’고 못을 박아놓았다. 윤석열 전 팀장은 놓아두고, 검찰 수뇌부에게 목민심서 일독을 권한다. 물론 읽었었겠지만 다시 한 번 더 익히시라고.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