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심리치료라는게 뭐죠?
“미술 활동을 통해서 심리치료를 하는 건데요. 사람들이 소통이 문제잖아요. 심리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큰 능력인데, 어린 친구들에게 그런 것을 기대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미술 활동을 통해서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그 속에서 문제를 찾아내서 치료를 하는 거예요.”
이른바 사회적인 부적응아들을 재활시키는 건가요?
“그건 극히 일부만 맞는 이야기예요. 문제가 드러나면 문제아지만 드러나지 않더라도 많은 문제들이 잠복해 있죠. 이것은 언제 드러날지 모르고, 어떤 방향으로 아동들의 삶을 굴곡시킬지 모르는 것이죠.”
애들이 스트레스가 많아요? 부안은 상대적으로 작은 도시이고, 자연환경과 가까우니 도시애들보다 스트레스가 덜하지 않을까요?
“유감스럽게도 전국이 거의 비슷한 것같아요. 부안에 온 지 5년 되는데 그 동안 지도한 애들을 통해서 보면 부모들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아요. 근데 부모들은 그것을 모르죠. 도리어 애 때문에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참아내는 헌신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소통이 잘 안되죠. 그렇게 억압된 약자인 아동들의 심리는 여러 가지 형태로 왜곡되어 나타나게 되구요. 입시경쟁으로 인한 학업 스트레스는 제도가 그러니 늘 깔려 있구요. 요즈음에는 애들이 엄마에게서 좀 일찍 떨어지게 돼서 분리불안증이라고, 혼자 뭔가를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심리상태도 있어요. 또 사회에 성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많이 범람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성희롱 사고도 발생하고, 그 결과 심리적인 퇴행, 예를 들면 스스로 성장을 거부하고 다시 애기처럼 기어 다니려 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듣고 보니 애들도 사는 것 자체가 문제가 많군요. 무사히 크는 것 자체가 쉽지 않겠는데요. 어떻게 해야 애들이 그런 심리적인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쉬우면서도 어려워요. 쉬운 것은 뭐 특별할 것이 없어서 쉬운 건데요. 애들에게 그런 능력이 다 있거든요. 그래서 애들을 이해하고 애들과 함께 자연 속에서 오감, 다섯 개의 감각으로 신나게 놀면 돼요. 재미가 있으면 집중하게 되고, 집중하면 뭔가를 표현해서 만들어 내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자연과 소통하고, 스스로 자신감도 커지죠. 그런 경험을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하다보면 소통능력은 점차 증대해요. 자연과 소통능력이 커지고, 친구와 소통능력이 커지면, 자연히 사회와 소통능력도 커지지 않겠어요. 하지만 어려운 것은 어른들이 너무 능력이 안된다는 거지요. 어른들은 뭔가를 자꾸 가르치려고 해요. 그리고 제대로 재미는 못느끼고, 뭔가 목표를 이루려고만 하죠. 애들이 그림을 잘 못 그린다고 했을 때, 그 원인이 뭘까요? 어른들은 테크닉이 모자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테크닉을 익히게 만들려고 하지요. 하지만 저는 그런 식으로 안 해요. 미술은 거의 배우지 않아요. 많은 시간을 대상을 느끼는 데 할애해요. 예를 들면 슬픔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가장 슬픈 일을 생각하고 그런 상황에 감정을 몰입시켜서 실컷 울게 만들어요.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 하고 싶은 대로 표현하게 하는 거예요.”
전시장에 전시된 작품들은 독특한 인상을 줬다. 세련됐다는 느낌보다는 다양하고 재미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현재 8살 남자애의 엄마이기도 한 김은영씨 얼굴에는 늘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마치 나만 변하면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신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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