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양은 ‘새만금 저 불륜의 만삭(滿朔)’이라 했다. 30년 동안 전북 도민들의 일방적인 기대, 열망과는 다르게 이대로 마무리된다면 결국 사산(死産)으로 갈 것이다.
새만금 문제가 복잡해보여도 가장 중요한 문제, 설령 완공이 된다하더라도 후유증으로 남을 문제는 경제성과 담수호 수질이다. 두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없다면 새만금은 우리 세대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몇 백 년이 지나도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먼저 경제성 논란을 살펴보면, 갯벌을 농지나 공업용지로 바꾸는 것이 과연 가치가 있는 일인가 하는 문제이다. 2001년 해양수산부 장관시절 노무현은 총리실에서 제출한 모든 자료를 검토하고 갯벌이 가지는 가치가 간척사업보다 크다는 이유로 새만금 사업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영국의 과학전문지인 네이쳐(Nature)지에 의하면 갯벌의 가치는 농경지보다 100배 이상으로 평가하고 환경부 자료에 우리나라 갯벌의 가치는 네이쳐의 평가보다 수산물의 생산과 어류의 서식지로서 가치가 더해져 2.7배 가량 더 높다고 평가 했다. 270배 가치가 높은 갯벌을 버리고 수십조원의 공사비까지 들여가며 농지를 만드는 무모한 일이 바로 새만금 간척사업이다. 때문에 노무현은 재검토의 필요성을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은 대통령에 출마하면서 새만금사업을 다시 추진하게 된다. 경제성도 수질도 고려대상이 아닌 오로지 전북의 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결정이었다. 게다가 전북의 개발욕구에 부응한다고 어차피 하려면 좀 더 지역개발에 유리한 공업용지 70%로 방향을 전환하도록 한다. 새만금은 탄생 과정뿐만 아니라 진행과정도 경제성, 수질 등을 고려한 합리적 판단이 아닌 오직 정치적 판단만으로 여전히 공사 진행 중이다.
다음은 수질 문제다. 2000년 새만금 민관 공동조사단 총리실 제출 의견에 따르면, 새만금호 수질은 전주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녹지로 묶고 상류지역의 개발을 억제하지 않는다면 농업용수 환경기준인 4급수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리고 환경부의 종합대책대로 수질대책을 세우더라도 부영양화의 원인인 총인이 새만금호의 목표수질인 4급수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며 유독성 적조가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현재 2013년 기준으로 수질 개선을 위하여 지난 10년간, 향후 10년간 총 4조 원대에 달하는 투자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목표치(4급수)를 밑돈다.
수질이라는 것이 4대강처럼 환경영향 평가에서는 기준치 이하로 나오더라도 가뭄이라도 들면 급격히 악화되는 것이다. 4대강 녹조에서 보듯이 공사 당시에는 전혀 문제없다고 강행하다 결국 국민 혈세만 낭비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유속이 느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4대강은 흐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만금 담수호는 퇴적물이 바닥에서 썩기 시작하면 회복 불가능하다. 결국 시화호처럼 해수유통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 지금 하고 있는 방수제 공사부터 엄청난 낭비와 실책이 된다. 해수유통이 되면 4000만평의 담수호가 아니라 농업용수부족으로 농지로 활용 가능하지 못한 땅을 포함하여 8000만평 이상 호수로 만들어야 그나마 남은 황금 갯벌이라도 다시 살려 활용 가능하다. 그러나 아무런 대책없이 현재 방수제 공사 50%이상 진행되고 있다. 새만금에 4대강 공사처럼 흉물스런 콘크리트 장벽이 또다시 만들어지고 있다. 이미 방조제 밖에서 매립토 확보를 못하는 공사착오 때문에 1조원 정도 공사비 절감기회 마저 사라졌다. 4대강처럼 오로지 공사대금에 눈먼 토건족들과 언론, 관변 학계, 정치권이 함께 하는 주먹구구식 행정이 펼치는 거대한 사기극이다. 노태우 대통령 시작부터 30만 거점도시, 당시 부산항 물동량에 버금가는 5000만톤 하역능력의 항만 등으로 포장된 새만금은 2004년 완공 예정이었다. 지금 추세라면 향후 50년이 지나도 완공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유종근지사의 다우코닝 28억불 유치 등 개발 계획은 갯벌의 갯자도 모르는 마이클 잭슨 헬기 쇼로 끝나고, 김완주지사의 10조원대 새만금 투자유치 MOU, '새만금-두바이' 슬로건은 MB에게 바치는 거룩한(?) 용비어천가만 남기고 끝났다. 30년 동안 이렇게 속이고 속아도 전북 도민의 개발환상은 무슨 종교적 신념처럼 느껴진다. 결국 그 구세주 새만금이 경남에 LH를 주려고, 새만금에 '삼성이 온다'고 온 전북에 플랑카드로 도배하는 배신의 도구로 활용된다. '너네는 새만금이 있잖아' 이렇게 30년을 이용당했으면 이제는 포기하고 제대로 볼 때도 될 것 같은데, 얼마나 더 이용당해야 되는지 묻고 싶다. 인터넷에 '역간척'을 검색해보라. 미국은 2005년부터 갯벌을 복원하고 있고, 유럽은 80년대부터 간척사업을 중단했으며, 네덜란드도 2001년부터 방조제를 허물어 갯벌을 복원하고 있다. 일본도 80년대부터 복원사업을 시작했고, 인공갯벌까지 조성하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는 농지로 쓰이는 내륙습지를 갯벌로 바꾸는 역간척하고 있는 지역이 20여 곳이다.
새만금갯벌이 살아있을 때 맨손어업 종사자가 5000명으로 추산된다. 당시 4시간 노동에 하루 평균 15만원 정도 벌이가 되었다. 지금 백합조개 시세로 보면 30만원이 훌쩍 넘는다. 삼성이 대규모 공장을 만든다고 해도 지역주민 억대연봉 5000명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다. 그 정년도 없는 억대 연봉 5000명이 부안을 먹여 살린 것이다. 아나파 약국 사거리 점포 권리금이 얼마였던가. 오죽하면 부안 시장을 '허천난 장'이라 하지 않았는가. 계화도에 가보라. 주말이면 차댈 곳 없이 붐비던 곳이 지금은 온통 정적만 가득한 죽음의 도시가 되었다. 곧 노인들마저 없으면 황폐화되어 유령도시가 멀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스톱'을 외치는 것이 나라도 살고 전북도 살고 부안도 사는 상생의 길이다. 새만금 일차적인 책임은 중앙정부로 볼 수 있지만 그 이면에 전북과 특히 부안지역 등 해당지역 여론이 가장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지금 우리가 힘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다시 되돌릴 수 있는 기회는 남아있다. 나는 환경운동가가 아니다. 개발이건 환경이건 우리들의 삶에 가장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고민이 있을 따름이다. 지역주민 열에 아홉이 찬성하는 일을 반대한다고 온갖 욕설 다 들으며 활동했던 '새만금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 대부분 세상 뜨거나 부안을 떠났다. 이젠 동지도 지혜도 용기도 없다. 그러나 새만금 간척사업은 결코 부안에 아무런 도움을 줄 수가 없다. 갯벌처럼 살아있는 생명만이 감동을 주고 사람을 부르고 행복한 삶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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