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에 거주하는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전체 군민의 27%에 달한다. 고령화지수의 기준인 7%보다 4배나 높다. 부안군은 이미 고령인구 20%를 기준으로 삼는 초고령화사회로 접어든지 오래다. 독거노인 인구도 따라서 늘고 있다. 부안군 고령인구의 24.4%가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라고 하니 어르신 네 명 중 한명은 혼자 사는 셈이다. 예년보다 더 춥다는 이번 겨울을 홀로 이겨내야 할 어르신들의 겨울나기를 들여다보았다.
서외리 향교마을 김춘례씨(74. 가명)가 기거하는 방은 발 디딜 틈이 없다.(오른쪽 사진) 먹다 남아 딱딱하게 굳어버린 음식찌꺼기와 갖가지 그릇, 옷가지, 비닐종이 등이 뒤엉켜 역한 냄새가 가득했다. 방안 공기는 싸늘했고 방바닥은 냉기로 발이 시렸다.
“아파, 아파......” 김씨는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연신 아프다는 소리를 연발했다. “머리가 울고 있다”고도 했다. 지적장애인인 김씨는 확실한 병명을 알 수 없는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기초수급자여서 수급비와 함께 장애인수당도 받고 있지만 몇 번이나 “돈이 없어”라고 잘라 말할 정도로 늘 어렵다고 했다. 아들과 딸 남매를 뒀으나 도시에 나가있는 자식들 역시 먹고 살기가 팍팍해 김씨를 돌아볼 여력이 없다.
김씨 본인은 자기 나이를 74세라고 했지만 이장 이은기씨(76)가 가지고 있는 자료에는 1954년생으로 되어 있다. 만 59세. 그래서 돌보미서비스 등 복지혜택을 받는데도 어려움이 있다고 이씨는 토로했다.
김씨에게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빨래”라고 한다. 세탁기가 없어서 손빨래를 해야 하는데 힘에 부쳐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당장 내일 아침에 밥 지을 가스가 없다”는 하소연이 겨울 칼바람보다 더 예리하게 박힌다.
상서면 청등마을 박순임씨(67. 가명)씨는 알콜중독에 시달리고 있다. 집안이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다는 점을 빼면 방바닥의 냉기나 기초수급비로 생계를 꾸리는 것 등 앞서 김씨의 경우와 비슷했다. 한 가지 나은 것은 종합복지관에서 일주일에 한번 반찬을 배달해준다는 점이다.
“봄 여름은 그런대로 살만한테 겨울이 무서워, 겨울이” 김씨의 집에는 석유보일러가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기름값이 무서워 보일러는 엄두도 못내고 작은 석유난로를 하나 얻어서 아주 추울 때만 가끔 켠다고 했다. 그 흔한 전기장판 하나 없다. 새 옷을 사본 지도 십년이 훨씬 넘는다고 한다. 겨울옷이라고는 입고 있는 점퍼 달랑 하나뿐이다.
입맛이 없어 식사도 거르기 일쑤다. 그나마 막걸리 한잔이 요기 겸 낙이라고 했다. 지난여름, 술을 마신 상태로 빨래를 걷으러 나가다가 문 앞에서 굴러 다리가 한 뼘이나 찢어졌다. “그래도 술을 먹어야 살지. 안 먹고는 못 살어” 술을 끊으라는 주위의 권유에 박씨가 하는 대답이다. 술기운이라도 빌어야 더께로 쌓인 외로움을 녹여낼 수 있을 터였다.
하서면 백련리 이정림씨(81)를 비롯한 열 한명의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앞서 두 사람과 정반대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 마을회관에 모여 함께 밥을 해먹고 함께 잠을 잔다. 방안에 들어서면 후끈한 기운과 함께 윷놀이를 하는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쏟아진다.
한 달 여전 군에서 마을사랑방을 열면서 생긴 풍경이다. 방안에는 깨끗한 옷장을 비롯해 TV 전화 오디오 등 여느 가정집과 다를 바 없이 세간이 갖춰져 있고, 어르신들은 각자 집에서 이불과 옷가지 등을 가져와 겨울을 난다고 했다. 두 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샤워실도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 일테면 이웃끼리 대가족을 이루어 사는 형태이다.
난방비를 포함에 일 년에 3백만원 정도인 지원금이 조금 적은 아쉬움은 있지만 어르신들은 “여럿이 둘러앉아 밥을 먹으니 훨씬 맛나” “말벗이 있으니 좋지” “대처에 나가있는 자식들이 마음이 놓인다구 그려” 자랑을 쏟아내기 바쁘다.
위의 두 사례와 비교할 때 ‘혼자’와 ‘같이’의 차이는 이처럼 극명하게 엇갈렸다. “덩그마니 건물 짓느라 허투루 돈 쓰지 말고 이런 일에 더 신경을 써야 돼” 이씨의 날카로운 지적이 부안복지가 가야 할 방향을 가르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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