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개땅쇠는 간휼과 배신의 표상이다. 전라도 놈은 송충이나 그 이하의 해충이다. 거지나 깡패, 소매치기 등도 전라도 사람이 대부분이다. 전라도는 마치 혹 같기도 하고 부스럼 같기도 하며 곪은 종창 같기도 하다. 정조관념이 없고, 그들의 사생활은 주색에 가득 차있으며, 친구 부인까지 겁탈을 한다.... 역사적으로 나라에 누를 끼친 놈들이 많다.’ 1959년 <야화(夜話)>라는 잡지 7월호에 실린 조영암 시인의 글을 발췌한 것이다. 근거 없이 전라도를 비하하는 악의에 찬 이 글을 읽은 당시 전라도 사람들은 당연히 분개하였고 조시인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이 글을 실었던 잡지는 스스로 폐간했다.

‘원래 절라도 양반들은 착취 전문가였고, 절라도 인구의 대부분은 상놈 노비나 백정이었는데, 그런 이유로 빨갱이들이 많았다.’
‘홍어 종자 절라디언들은 죽여버려야 한다.’
‘아따 전라디언들 전부 뒈져버려야 한당께.’
일베충의 글이 아니다. 2012년 국가공무원인 국정원 직원이 인터넷 여기저기에 올린 댓글이다. 설마 국정원 직원이 썼는지 믿을 수 없다고?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범죄일람표’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무려 2120 페이지에 달하는 이 ‘범죄일람표’에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댓글도 나온다.
‘간첩들이 폭동 일으켰다는 거’
‘절라디언 폭도들을 남겨둔 역사의 과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아따 전(두환)장군께서 확 밀어버리셨어야 하는디 아따’
아이디가 ‘좌익효수’인 국정원 직원이 주로 올린 댓글이다.

지난해 대선 직전에 불거진 국정원 댓글녀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진원지는 국정원이다. 이명박 정부의 원세훈 국정원장이 박근혜의 남재준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하는 짓은 일란성 쌍둥이다. 이명박의 회전문인사에서 박근혜의 불통인사로 무늬만 바뀌었을 뿐 끊임없이 국가의 재앙을 잉태하고 생산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윤창중에 이어 이번에는 남재준이 일을 저질렀다. 국정원 댓글녀 사건이 대선 전에는 ‘어린 여성의 인권문제’로 변질되는 듯 하드니 검찰 수사 결과 국정원의 선거개입으로 판명이 났다. 이어 현 국정원장이 ‘조직의 명예를 위해’ 정상회담 내용을 탈법적으로 공개하며 NLL 공방으로 번졌다. 급기야는 국회에서 원본 공개를 의결하기에 이르렀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관권 개입으로 부정선거임이 드러나자 NLL 공방으로 물타기하는 집권세력의 꼼수에 민주당이 말려든 모양세로 판단하는 국민이 많다. 부정선거로 정통성에 타격을 받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국가의 품격을 희생물로 삼아 자기 세력을 보호하는 매국적 행태를 자행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하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과거 독재정권 시절로 후퇴시킨 죄과는 사법부의 판결과 별도로 역사의 준엄한 심판이 있으리라 확신한다. 이와 별개로 국정원 직원이 댓글을 통해 지역갈등을 조장한 행위는 한 개인의 일탈된 행동으로 묵과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전라도를 폄하함으로써 경상도를 결집시키려 한 국정원의 선거전략이 아닌지 의심해볼만하다. 설사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인 지역갈등 조장이 아니라 해도 공무원으로서 금도를 어긴 일임은 확실하다. ‘좌익효수’란 아이디를 사용한 국정원 직원이 한사람이 아니고 여러 사람일지라도 이러한 악성댓글을 올린 사람을 찾아내 응분의 책임을 지워야 할 것이다. 참고로 1959년 서두의 내용으로 필화사건을 일으킨 조영암은 전라북도경이 급파한 형사대의 손에 체포되어 전주로 압송된 후 재판을 거쳐 실형을 살았다. 당시 전라북도 도민들의 분노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은영(전북민주동우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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