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사설/칼럼
한숨 나오는 남북의 ‘밀당’
  • 황재근 전북문화저널 기자
  • 승인 2013.06.18 13:31
  • 댓글 0

   
 
한숨 나오는 남북의 ‘밀당’

6년 만에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남북 당국자회담(장관급회담)이 성사 직전에 무산됐다. 회담 대표의 격이 문제가 됐다. 남측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내세우며 북측에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대표로 요구했지만 북측에서는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장을 대표로 고집했다. 이에 남측은 다시 김남식 통일부차관을 회담대표로 변경해 통보했고 이번에는 북측에서 수석대표의 격을 문제 삼아 회담을 취소한 것이다.

북한의 낯선 직책에다, 그간 없었던 ‘급’이나 ‘격’ 문제가 튀어나오니 궁금한 마음에 관련기사를 찾아봤다. 일당독재에 당이 국가기관 위에 존재하는 북한의 당직, 공직 체제는 우리나라에 바로 대입해서 격을 살피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국방부나 적십자, 총리회담 등에서는 남북에서 해당 기관의 장이 나오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별로 없다. 하지만 통일부의 경우 북한에는 그에 대비할만한 국가기구가 없기 때문에 조평통이 그 파트너 역할을 맡아왔다. 역대 장관급회담에서 통일부 장관의 회담상대는 내각책임참사였다. 정식 직제가 아니라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격’을 맞추기 위한 일종의 관례였다. 이번 사태에 대해 조평통이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그간 내각책임참사 명의로 회담에 참석했던 인사들은 조평통 서기국장이나 부국장 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즉 이번에 북한이 제시했던 회담파트너는 과거에 비해 특별히 직급이 낮지는 않다는 것이다. 반면 남측이 회담파트너로 요구한 통일전선부장은 과거 통일원부총리의 상대로 회담에 임한 적이 있다. 통일전선부는 남북대화뿐 아니라 대남공작과 첩보 업무까지 총괄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북측의 주장대로, 또 기존의 관례대로라면 장관 이상 총리 이하 정도의 직급이란 것이다.

이번 ‘격’문제에 대한 다른 해석도 있다. 북측 수석대표로 정해졌던 강지영 서기국장이 기존의 대표들에 비해 젊고 남측에 별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남측에서 반발했다는 것이다. 또 관례적으로 회담대표에게 씌워줬던 내각참사 타이틀도 없었기 때문에 북측에서도 이번 회담에 강한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측의 최고지도자가 바뀌고 그에 맞춰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인물이라고 거부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타이틀이 문제였다면 앞서 진행된 실무회담에서 내각참사 명의로 참석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밝혀진 바에 따르면 남측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파트너로 명기해놓고 참석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남측 역시 회담에 강한 의지가 없었던 것은 아닌가 의심하게 한다.

정부는 기존의 관례였다 해도 국제적 기준에 맞게 남북회담의 형식도 바꿔가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즉 이전에는 격에 안 맞는 회담을 해온 것이고 이제부터 그렇게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서로 완전히 다른 체제와 직제를 놓고는 사실 답이 나오기 어려운 문제다. 북한의 주장대로 서기국장이 장관급인지, 남한의 주장대로 차관보급인지 누가 판결을 내려줄 수 있을까.

북한문제는 어떤 정권에서나 아킬레스건이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는 이른바 퍼주기가 논란이 됐고, 지난 정권에서는 실익도 못 거두는 불통이 문제가 됐다. 새 정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차별화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자존심을 지키면서 대화는 한다. 이 기조는 분명 국민의 지지를 받을 만 하다. 그런데 그 때문에 아예 대화가 진척되지 않는다면 전 정권과 다를 게 무엇인가. ‘격’을 문제로 자존심 싸움이 시작된 만큼 어느 한쪽이 물러서지 않는 한 돌파구가 열리기 어려워졌다. 그간 북한에 퍼주고 당해왔다 생각하는 국민들은 아마도 이런 ‘원칙’적인 방침에 성원을 보낼 것이다.(그 ‘원칙’이 왜 다른 사안에서는 잘 안지켜지는 지는 모르겠다. 예를 들면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 같은) 그러나 그렇게 해서 남북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은 무엇인가. 전 정권과 마찬가지로 이번 정부도 남북관계를 국내정치용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드는 이유다. 이런 의심을 풀 방법은 하나뿐이다. 후속조처를 강구하고 다방면의 통로를 통해 다시 북한을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다. 그토록 과거 민주당 정권의 ‘무능’을 탓해온 현 정부와 여당은 적어도 남북관계에서만큼은 확실히 민주당 정권보다 아마추어인 듯 보인다.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하니 그들이 좋아하는 프로다운 결과를 기대한다.

6·15 공동선언이 13주년을 맞는다. 남북의 고위급간 대화가 다시 수면위로 오른 게 6년만이니까, 지난 13년 중 6년간 공동선언은 식물인간 상태였던 셈이다. 정권이 바뀌면 파기되는 유통기한 7년짜리 선언으로 끝내기엔 공동선언이 보여줬던 희망이 너무나 크다. 부디 양쪽 다 지겨운 ‘밀고 당기기’는 그만 두시고 어떤 방향으로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황재근 전북문화저널 기자  ibuan@ibuan.com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황재근 전북문화저널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