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와 오세훈의 닮은꼴

지난 29일 진주의료원이 폐업신고를 마쳤다. 돈 때문이란다. 누적적자가 279억 원에 달하고, 경상남도가 진주의료원에 매년 손실보조금으로 지원하는 약 70억 원 정도가 강성노조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진주의료원에서 쫓겨나듯 나왔던 환자 중 24명이 사망한 상태다. 혹시라도 자의건 타의건 병원을 옮기는 과정에서 환자에게 무리가 가지는 않았는지 의문이다. 30일에는 진주의료원 측이 아직 남아있는 환자에게 공문을 보내 즉각 퇴원할 것을 요구했다. 이 공문에는 퇴원에 불응할 경우 1인당 하루 50여 만 원에 이르는 비용에 대하여 손해배상 소송을 내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직 남아있는 환자 중에는 90대 노인도 있다. 건강은 돈을 주고 살 수 있겠지만 생명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진주의료원과 경상남도에 공공의료는 실종되고 경제논리와 정치적 계산만 남아 있다.

진주의료원과 같은 지방의료원은 전국에 34개가 있다. 그중 7개 의료원을 빼고는 모두 적자상태다. 영리목적에 치중하는 민간 병원에 비해 공공의료기관은 병원의 이익보다 환자의 복리를 더 중요시한 결과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라남도 강진의료원은 지난해 5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농어촌 지역의 소외계층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의료원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강원도의 최문순 지사도 적자를 무릅쓰고 강릉의료원을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여당 소속인 경기도의 김문수 지사까지도 “도민의 1%라도 도립병원을 유지해야 한다면 병원을 없애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전남, 강원, 경기도 지사의 행보는 경남의 홍준표 지사와 대조가 된다.

전북에는 지방의료원이 군산과 남원 두 곳에 있다. 두 곳 모두 누적적자가 진주의료원보다 많다. 군산의료원은 2011년 기준 부채가 416억 원으로 전국 의료원 중 최고다. 현재 원광대 부속병원에서 위탁경영을 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폐쇄는 생각도 못할 일이다. 오히려 추가자금을 투입해 시설을 보완하는 등 더 많은 환자들이 찾아오도록 하는 방향으로 경영정상화를 꾀하고 있다. 문제는 남원의료원이다. 누적적자가 352억 원에 달하며, 부채가 247억 원, 체불임금만 11억 원이다. 재정문제 뿐만 아니라 노사문제가 꼬여있어 정상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전라북도는 폐업으로 가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속 시원한 해결책이 없어 고민하는 모습이다. 남원의료원을 전북의대 부속병원에서 위탁경영을 하는 것도 검토할 만한 사안이다. 어차피 홍준표 지사와 같은 막가파식 폐쇄를 하지 않을 거면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지역거점 공공병원을 활성화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번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대응책에는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려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아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이번 진주의료원 폐업은 여당인 새누리당의 묵인과 방조가 한 몫을 했다. 지방 공공의료원이 폐업을 결정하려면 보건복지부장관과 사전에 협의토록 한 ‘지방의료원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했으나 새누리당의 반대로 법사위에서 발목이 잡혀있으니 하는 말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이번 진주의료원 폐업으로 달리는 호랑이의 등에 올라탄 상황이 되었다. 그는 노조를 탄압해 자신의 보수 이미지를 강화하고, 대통령의 공약에 도전하는 배짱과 한번 결심한 일은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뚝심을 과시하려는 목적은 이룬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권을 무시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자폭 오세훈의 이미지가 홍준표에게서도 보이기 시작한다. 개인의 정치적 야망에 현 정부와 새누리당도 당황해하는 기색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대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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