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쌀을 계화미로 팔아 브랜드 이미지 실추시켜 손실 우리는 조합의 개혁 원했지만 조합장이 구태를 못 버려

지난 23일 늦은 밤, 적막 속에 잠겼던 신문사가 일순간 사람들로 웅성거렸다. 계화농협 이사 4명이 본사를 방문한 때문이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들은 본보에 대한 불만부터 제기했다.
이사들은 “특정 단체가 개입돼 있다”, “제대로 보도해주지 않는다” 등의 불만을 쏟아 놓았다. 하물며 자료 유출을 우려해 자신들의 주장이 담긴 자료조차도 복사해주지 않으려고 했다. 뭔가 만만치 않은 오해와 이해관계의 충돌이 있음을 짐작케 했다.

한참 동안 기자의 설명을 듣고 난 이사들은 자신들의 속사정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최기홍(계화면 계화리), 김학철(계화면 양산리), 양영완(계화면 창북리), 이호석(계화면 궁안리) 4명의 이사들은 자정이 넘도록 계화농협의 문제점과 조합장의 ‘독단’에 대해 성토했다. 한농연 부안군연합회 소속인 이들이 그토록 격앙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불덩어리 같은 얘기 속으로 들어갔다.

- 어떤 상황인가.

이사들 6명이 조합장의 독선에 대해 3년 동안 있었던 일을 조합원들께 총회 때 알리겠다고 하고 유인물로 알렸다. 조합장은 그게 허위이고 명예훼손이라고 우리를 고소했다. 지지난주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래서 우리도 고소를 준비 중이다.

- 구체적인 고소 내용은.

내용은 정리 중에 있다. 대략적으로는 △익산 쌀을 378톤과 완주군 정부 양곡 200톤을 매입했고 △외지 쌀을 계화미로 허위 표시, 판매하여 계화미의 이미지를 흐렸고 △전무는 이사회에 외상거래 한도 초과분에 대해 “없다”며 허위 보고를 했고 △상무는 외상거래 장부를 조작하거나 원장을 폐기하여 위조했고 △또 다른 상무는 전체 조합원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유출하여 사전선거운동에 이용했고 △조합장이 합병계약서를 써 조합원을 기만하는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 가장 큰 쟁점이 무엇인가.

계화 쌀은 브랜드 가치가 있다. 지난해 10~11월께 조합원 나락을 다 사들이지 못했다. 그렇게 반려시켜 놓고도 익산시 오산면에서 378톤이나 나락을 사왔고 그것을 가공해서 출하했다. 조합원 나락은 kg당 1320~1340원에 사면서 더 싸게 거래되는 익산 쌀은 1350원씩 주고 샀다.

이사 중의 한 분이 농협 전주물류센터에서 유통되던 쌀 한 가마를 사 왔다. 가마니에 ‘청결미’라고 써 있고 계화농협이라고 찍혀 있었다. 영수증에는 ‘계화청결미’라고 돼 있었다. 익산 쌀을 계화미로 판 것이다. 결국 계화미 이미지를 실추시켰고 계화 농민을 두 번 죽이는 일을 한 셈이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쌀 문제를 감추고 싶다. 결국 소비자들이 속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우리 모두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조합장이 왜 비싼 값으로 다른 지역에서 나락을 사왔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도 모를 일이다. 하물며 일부는 가공을 하지 않고 나락 상태로 개인정미소에 넘기기도 했다. 원료미가 부족하면 조합장이 조합원들이나 영농회장들에게 나락이 있는지를 물어 보는 정도의 성의는 보였어야 했다. 무조건 없다고 생각하고 사온 것이다. 그러니 뭔가가 있지 않겠나.

- 조합장과의 갈등 속에 지난 선거 구도와 지지후보가 당선되지 않은 것에 대한 미운 감정이 개입돼 있는 건 아닌가.

몇몇 이사는 양아무개 후보를 지지했다. 우리가 지지한 후보가 안돼서 화가 났고 ‘우리가 조합에 들어가 보자’고 해서 이사로 들어간 것이다. 조합장을 반대하는 우리가 전원 이사로 당선됐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와 무관하다.
또 우리는 조합을 개혁하고자 했지만 조합장은 구태를 버리지 않았다. 이를테면 조합장 취임식 때 당선된 우리 이사들은 초청되지 못했고 떨어진 후보들은 전원 불러서 취임식을 치렀다. 4년을 같이 할 우리를 부르는 게 옳은 것 아닌가. 우리가 이런 식으로 홀대받으며 시작했다.

-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이사들의 잘못은 이사들이 책임져야 한다. 법적인 문제는 법적으로 책임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조합장의 잘못은 조합장이 풀어야 한다. 하지만 순리대로 풀기는 늦었다고 본다. 감사 역시 RPC에 적자가 났지만 보고하지 않았다. 그런 감사를 또 해야 하나.

- 결국 갈등의 최대 피해자는 조합원들이다.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화해할 생각은 없나.

이런 갈등이 언론을 통해 바깥에 알려지면 당장 손실이 날 것이다. 하지만 고름을 짜내고 새살이 돋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쨌든 결자해지라고 생각한다. 조합장이 풀어야 한다.

조합장의 말에 따르면 조합원들이나 농민들이 볼 때는 이사들이 모두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인증미가 늦게 나온 것도 그렇게 알려졌다. 지금이라도 조합장이 화해하는 쪽으로 간다면, ‘조합원을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길을 찾자’고 한다면 기꺼이 응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하지만 조합장이 그럴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러니 여기까지 온 것 아닌가. 화해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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