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는가 싶더니, 곧 바로 여름이 다가온 듯 한낮에는 무덥기까지 하다. 따뜻한 날씨가 되어 가면서 걱정되는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축산농가에서 발생하는 악취다. 차량을 타고 현장조사를 하러 야외를 나갈 때면 창문을 열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신선한 공기를 들어 마시고 시원한 바람으로 차 안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다. 그런데 어딘가를 지날 때면 악취냄새가 진동을 해서 곧 바로 창문을 닫아 버린다. 어느 때는 파리, 모기까지 들어와 차 밖으로 쫒아 내느라 차를 멈춰야 할 때도 있다. 이 때 고개를 둘러보면 축산농가가 어김없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해뜰 때와 해가질 녘, 그리고 비가 오는 날이거나 안개가 낄 때 더욱 심하다. 이 때는 저기압 상태가 되어 냄새가 높이 날아가거나 확산이 빨리 되지 않고 아래로 깔리고 거의 움직임 없이 정체되어 있기 때문이다. 몇 년전 여름철에 부안군 하서면 어느 마을에서 하룻밤을 숙박했을 때의 일이다. 밤까지 무더워가 이어지던 날, 방충망이 달린 창문을 열고 자야 하는데 악취 때문에 창문을 닫고 냉방기를 틀고 잣던 일이 있다. 다음날 일어나 주변을 돌아보니, 집단으로 소를 키우는 농가가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 이후로는 그 곳에서 숙박하고 싶은 마음이 나지를 않았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체험을 할 것이다. 소를 키우는 농가 때문에 결국 다른 주민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시와는 달리 농촌지역의 좋은 점이 있다면, 바로 맑은 공기를 들어 마시고 맑은 물을 항시 볼 수 있으며 흙과 나무 등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도시인들이 농촌으로 귀농귀촌을 하러 오거나 여행을 오기도 한다. 하지만 점점 농촌지역도 좋지 않은 도시문화를 닮아 가면서 농촌도 점점 환경이 악화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부안군 관내를 돌아다녀 보면, 길거리와 사람이 드문 곳에 내 팽겨쳐진 각종 비닐과 쓰레기들, 더러운 폐수가 가득한 실개천, 해안가에 늘어선 해안 쓰레기들, 공공 장소에 내버려진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나뒹구는 모습을 몰 수 있다. 농약 병이나 기름 덩어리까지 나뒹구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불법으로 비닐이나 각종 생활쓰레기를 태우는 경우도 많다. 이 모두 나만 편안하면 된다는 생각, 남을 배려 하지 않는 이기적인 생각이 낳은 결과다. 개인의 자유로운 생각이나 행동도 보장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남에 불편이나 피해를 주면서 까지 잘못된 행동를 해서는 않될 것이다. 각자가 그런 생각으로 행동한다면, 결국 모두가 피해를 주거나 받게 되어 살만한 곳이 될 수 없음은 물론 공동체가 붕괴될 수 밖에 없다.
내가 어렸던 30여년전만 하더라도 마을 사람들이 서로 협력해 마을 길을 청소도 하고 깊 옆의 풀을 배어 말끔하게 정리했던 기억이 난다. 나이드신 어른들 뿐만이 아니라 어린이들까지 일을 함께 거들기도 했다. 비록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서로 힘을 모아 마을을 청소하고 어려울 때 서로 돕는 일을 많이 했었다. 예전에는 쓰레기라 할 것도 별로 없었지만, 악취나는 가축을 기른다 하더라도 각 가정당 한두마리씩 밖에 기르지 않아 별로 냄새가 나지 않아서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거의 없었다. 혹시 피해를 주지 않을까 서로 배려마음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살기 바쁜데 무슨 소리냐며 사업 허가를 받았으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행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점점 자기 하고 싶은 마음대로 사업을 벌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피해를 주고 일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갈등과 불신이 생기고 심할 때면 사회문제화 되기도 한다. 이같은 남을 의식하지 않는 이기적인 문화가 심화된다면, 농촌의 아름다운 인심은 사라지고 정이 매마른 지역으로 전락할 것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느냐 되지 않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피해를 입거나 주변 사람들이 싫어 한다면 마땅히 피해를 주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점점 무더워지는 날씨속에서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스스로 자제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겠다. 공동체내에서 스스로 해결되지 못한다면 결국 각종 법적 고발과 소송 등으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보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