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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축제 단상
  • 본보 편집인 유재흠
  • 승인 2013.05.1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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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축제 단상

본보 편집인 유재흠

익산에서 생협 소비자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도착했다. 세 살 어린이부터 오십대 아주머니까지 열다섯 가족 30여명의 손님들이 버스에서 내렸다. 마실축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미래영농법인이 주최하는 체험행사에 마실 나온 이들이다. 전날 궂은 날씨를 비웃듯 들판 한가득 5월의 햇살이 내리쬔다. 구멍 하나에 두 알씩 옥수수를 심는다. 초등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곧잘 심는다. 남자 어른 한 분은 전문가 수준이다. 그렇게 한 마지기 남짓 옥수수를 심었다. 8월에 따서 한 망씩 보내주기로 했다. 옆에 있는 밀밭에서 밀대를 잘라 밀피리를 만들어 분다. 처음에는 헛심만 쓰다 용케 한 명씩 피리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어른들도 소리를 내볼라고 용을 쓴다. 잘 안 된다. 서너 개를 망가뜨리고 비로소 소리들이 나기 시작한다. 결국은 안돼서 우는 아이도 있다. 달래도 계속 운다. 그 아이는 나중에 우리밀 반죽으로 모양만들기를 하면서 울음을 그쳤다. 점심은 우리밀로 만든 짜장면이다. 맛있다. 시장도 한몫했다.
체험과 점심식사를 마치고 군산대수련원에서 변산해수욕장까지 1키로미터 남짓 되는 마실길을 걸었다. 신록이 무르익는 절벽을 따라 걷는 해안길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아이들은 기어이 바닷물로 달려들어 신발을 적셨다. 본행사장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모두들 자울자울한다. 피곤한 모양이다. 내변산 길을 거쳐 스포츠파크에 도착했다. 주차장은 꽉 차 있었다. 행사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대고 한참을 걸어 본행사장에 도착했다. 5월의 태양은 더위로 변하고 있었다. 다문화 체험, 강소농 부스, 참뽕 누에, 참프레 뺑뺑이 등등의 전시, 판매대를 지나 면별로 특산물과 음식을 판매하는 천막들을 거쳐 공연이 한창인 대운동장까지 한 바퀴를 돌고나니 모두들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막걸리를 한 잔씩 나누고 ‘다음에 또 오세요.’ ‘즐거웠어요.’ 인사를 나눈 뒤 버스는 떠나갔다.
제2회 마실축제에 27만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작년에는 15만 명이었다니 양적으로 두 배 가까이 참여 인원이 늘어났다. 프로그램도 다양해졌다. 풍물 경연과 어린이 음악제 등 전국대회도 치렀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안내와 주차 등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전시, 체험부스를 이쁘게 꾸미기 위해 애쓴 운영자들과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한 모든 이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첫 날 저녁에 비만 오지 않았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도 남는다.
이 대목에서 몇가지 생각해 본다.
첫째는 행사명칭과 연관된 것이다. “마실 축제”는 내가 들어본 축제 이름 중에 가장 매력있는 이름이다. “마실”이라는 말에는 마을과, 공동체, 소통의 의미가 들어 있다. 따라서 크고 화려한 것보다는 작은 것, 아기자기한 것, 스스로 즐거운 것이 축제의 중심이 되어야 맞다. 이런 점에 비추어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 많은 프로그램 중에 ‘마실축제’라는 이름에 걸맞는 프로그램들을 잘 추리고 키워나가야 할 일이다.
둘째는 축제는 스스로 즐거워야 한다는 점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축제가 아니라 우리끼리 스스로 엄청 재미있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전통의 축제가 그러하였다. ‘술도 먹고 떡도 먹고 모두모두 즐거워 북두칠성이 앵돌아지도록’ 놀아 보는 것이 제대로 된 축제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보여주는 것과 우리끼리 노는 것의 초점과 구분이 없어 보인다. 면보다는 마을단위에서 준비하고 참여하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셋째는 축제를 관통하는 주제이다. 축제는 전통과 대안을 연결하는 매개이다. 이는 축제가 주는 메시지와 연관된다. ‘부안마실축제’는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가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다. 제목만큼 강한 메시지가 세부행사에 녹아 있지 않다.
정리하면 군더더기를 빼고 좀 더 단순하고, 소박하고, 연결되고, 하지만 주제가 분명한 축제가 되었으면 한다. 좋은 축제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그 여운은 오래 간다.
한가지 제안한다면 내년의 준비를 위해 이번 축제에 대한 평가를 공개적으로 추진했으면 한다. 행사를 준비한 분들과 참여한 분들과 평론하는 분들이 두루 참여하여 냉정하게 평가를 진행하자. 그리되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을 것으로 본다.
나도 나름대로 내년의 축제가 어찌되면 좋을지, 나는 무엇을 준비할지, 행사에 참여했던 분들과 평가하고 준비해 볼 참이다. 마실 갈 채비다.


 

본보 편집인 유재흠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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