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정은/주부

환경 살리기! 이 말이 생소하게, 그저 막연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그저 나만의 생각은 아니라는 안도감으로 한숨을 돌리지만 고개 돌려 외면하기에는 개운치 못한 무엇인가가 나를 잡는다.

이유인즉 ‘웰빙’이 대중매체를 통하여 쉴새없이 거론되는 것 또한 그 배경은 환경문제이기에 전혀 낯설지만은 않은 이유도 있는 듯하다.

환경문제가 화두로 된 지금의 세상 속에서 살아가자면 생각조차도 빠르게 바뀌어야 할 터인데 가끔씩 그런 문제로 투정을 부리는 아들 녀석을 야단치노라면 단골처럼 튀어나오는 말이 다름아닌 “엄마 어렸을 적에는…”이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나의 유년 시절과 청소년 시절은 지금처럼 넉넉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나의 부모님도 지금의 일상적이 되어 버린 환경에 대해서는 그다지 언급하지 않았던 기억이다. 먹거리도, 간식거리도 거의 자급자족 식품이었기에 부산물 또한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밭으로 직행했던 것 같다. 논농사를 지었지만 지금처럼 일회성으로 사용한 비닐이 아니었고 논에서 사용한 비닐이 밭으로, 밭에서 다시 논으로 오갔으며 흙먼지 가득한 비닐의 마지막 행로는 우리 형제의 입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엿장수 아저씨의 리어카 안이었다.

놀이터에서 놀다 들어온 아이는 손에 비누거품을 자랑하며 수돗물이 넘치도록 손을 씻는다. 언제나처럼 야단치며 ‘마무리’ 타령을 시작한다. “물을 그렇게 함부로 쓰면 나중에 네가 어른이 된 후에 물이 모자란다고 했잖아. 지금 네가 아끼지 않으면, 네 아이가 쓸 물이 모자란다고 했지?”

사실이다. 그저 편하게, 안일하게 들어 왔기에 내게 닥친 현실감은 없지만 우리 모두 처음 접하는 말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나는 독립운동가도 아니고, 환경운동가도 분명 아니다.

그러나 훗날 내 아이가 나라 없는 이방인이 되는 것은 원치 않고, 고도로 발달된 나라이지만 방독면이 필수인 환경에서 사는 것 또한 원치 않는다. 이 세상 모든 엄마의 마음으로 지금, 내가, 조금 불편하고 힘든 대가로 내 아이가 살아가기에 편안한 환경이 된다면 나는 주저 없이 감수하고자 생각을 다듬어본다. 단연 나만의 마음이 아닌 모든 엄마의 마음으로….

내가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의 30%가 이 지역 가축의 사료로 쓰인다는 사실도, 사료로 재활용되기에는 음식물 쓰레기에 염분기가 섞여 있으면 안 된다는 사실도, 얼마 전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라는 형식에만 따랐을 뿐 큰 관심이 없었기에 분리수거만으로도 내 몫을 다했다고 생각했었는데, 관심을 보이자 비로소 나의 무관심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아이를 야단침이 무안하지 않기 위해 요즘은 작은 실천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작은 소비자 모임에서 시작한 ‘빈 통 이용하기’와 ‘장바구니 이용하기’ 운동이 그것이다.

처음부터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작은 손길이 모아지고 전해진다면 일회용 비닐의 소비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게는 나와 내 아이를 위해, 크게는 환경을 위해, 오늘부터 두부나 생선을 사러 갈 때 빈 통을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든 아낙들, 그런 멋스러운 세상을 그려 본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