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서

봄이 오고 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뭇 생명들의 생명활동이 활발해 지는 시기가 되었다. 겨울이 시샘하듯이 아침과 낮의 온도 차이가 제법 크다. 생물들의 적응이 쉽지 않기도 하고 사람들의 옷 차림도 여전히 봄 옷을 편하게 입지 못한다. 하지만 봄은 어김없이 우리에게 찾아오고 있다. 봄은 진정으로 한 해의 시작을 알려주는 전량사다.
들녘을 다니다 보면 쑥이나 나물을 케는 어머니들의 모습과 꽃놀이 하는 여행객들의 모습도 한결 한가롭게 보인다. 논에는 보리들이 부쩍 짖은 녹색을 띠고, 벼 모종을 심기 위해 못 자리판 정리가 한창이다. 바닷가에는 실뱀장어를 잡거나 게를 잡기도 하고 주꾸미를 잡는 어민들의 모습이 분주하다.
산에서는 진달래나 여러 가지 꽃들이 피어나고 연초록색의 새잎들이 활짝 기지개를 펴고 있다. 한가롭게 화전을 부쳐 먹는 사람들도 보인다. 음력 삼월삼짖날을 즈음해 제비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고 짝을 찾아 구애행동을 보여주기도 한다. 멀리 뉴질랜드, 호주에서 월동을 하고 번식지인 러시아, 중국 동북부지역으로 가던 도중에 갯벌에 들러 먹이를 먹고 휴식을 취하는 도요물떼새들도 무리지어 있는 모습도 보인다. 말 그대도 봄이 온 것이다.
그런데 이런 봄이 낭만적인 모습으로만 느껴지지가 않는다. 왜 그럴까. 각종 쓰레기와 대기, 수질의 상태 나빠짐에 따라 들판 자라는 나물이나 바닷가에 사는 해양생물들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서식지가 파괴되고 먹이들이 오염됨에 따라 봄을 맞아 찾아오는 새들도 점점 줄어들어 종과 개체수가 급감하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가 될 때면 쓰레기 소각으로 인해 숨쉬기 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아진다. 먹이를 먹고 쉬었다 가야할 도요물떼새도 간척사업 등으로 인해 대규모 갯벌이 훼손됨에 따라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더욱이 어민들의 주 소득원이던 실뱀장어와 주꾸미도 잡히는 양이 크게 줄어 들어 생계가 어려워지고 있다. 어민들을 만날 때 마다 한숨 섞인 소리만 듣기 일수 이다. 그러다 보니 부안읍이나 면소재지 등에서 음식을 먹거나 물건을 구입하는 등 구매와 소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부안 전체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봄은 왔건만 우리의 마음속의 봄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산으로 바다로 들로 돌아다니면서 자연을 접하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하고, 마음의 여유와 평화로움이 많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뭇 생명들의 모습도 위태롭게 보인다. 몇일전 새만금 1호 방조제 외측의 갯벌을 찾은 적이 있다. 봄철이면 찾아오는 도요물떼새를 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먹이가 충분하지 않아서 인지 먹이를 찾아 먹는 성공률이 지역의 보다 떨어졌다. 한 마리가 먹이를 찾으면 주위의 다른 새들이 달려 들어 먹이를 빼앗았다. 먹이를 물고 다른 무리를 피해 멀리 도망가서 먹이를 먹기도 했다. 새만금갯벌이 살아있을 때는 전혀 이러한 광경을 볼 수가 없었다. 새만금갯벌이 살아있을 때만 해도 수많은 새들이 조개를 잡는 주민들과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과 같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외측 갯벌에서 조차 먹이 찾기에만 바쁜 새들의 모습만 보일 뿐 조개를 잡는 주민들은 보이지도 않았다. 만조가 되자, 거의 모든 새들이 방조제를 가로 질러 모래사장으로 변한 새만금지역으로 이동을 했다. 조금밖에 남지 않은 갯벌에서 먹이를 먹기 보다는 잠시 휴식을 취하러 가는 것이다. 안타까운 모습이다.
항상 현장을 다니면서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하면 사람과 사람이, 사람과 자연의 뭇 생명들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매년 봄을 맞을 때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건만 봄 같지 않다’라는 말을 음조리곤 한다. 나만의 슬픈 독백일까. 언제가 진정으로 편안히 봄을 맞을 수 있을지 깊은 생각에 잠겨 본다. 찬란한 슬픔의 봄이 아닌 찬란한 행복한 봄이 되기 빌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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