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만 다를 뿐입니다’

도내 유일의 농아인협회 여성지부장 문정복 씨

“의사소통만 다를 뿐 일반인과 다를 게 전혀 없습니다”
농아인에 대한 차별에 대한 어려움을 강조하며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 부안군지부장에 새롭게 취임한 문정복(64) 지부장의 소감이다.
문 지부장은 오늘도 농아인에 대한 권익향상과 차별에 대해 부안군지부의 80여명 회원과 관내 700여명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심한 열병으로 청각장애를 갖게 된 문정복 지부장은 익산에서 농아학교를 다니며 정식으로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김제시 공덕면이 고향인 그는 27살에 결혼과 동시에 부안을 찾은 뒤 40여년 동안 정착하며 살고 있다.
“처음 부안에 살면서 정식으로 수화 교육을 받은 사람이 유일하게 혼자인 탓에 많이 힘들었고 놀랐습니다”며 지금보다 그 당시가 농아인들의 고충이 더욱 심했다고 전했다.
문 지부장은 특히 몸짓만으로 힘들게 의사소통을 하는 농아인의 모습을 보며 그들을 위해 헌신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1995년 농아인협회 부안군지부가 설립하면서 초기 이사로서 활동한 그는 자궁암수술로 인해 잠시 활동을 중단한 시기를 제외하고 부안농아인들의 어머니이자 대변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어 왔다.
농아인들이 관공서나 병원에 갈 때 그들과 늘 동행하며 그들의 애로사항을 전해주는 등 농아인들의 언어 소통을 위한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처럼 농아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자신이 감당해야 할 당연한 의무로 여긴 문정복 지부장은 회원들로부터 신망이 두텁다.
이런 그녀에게도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문 지부장은 본인에게만 의지하려는 회원들이 부담스러워 자녀들이 있는 곳으로 떠날려고도 잠시 생각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을 붙잡는 많은 이들의 손길을 도저히 뿌리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삶이 농아인들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어려운 현실에 대해서 깊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분명 의사소통만 다를 뿐입니다. 말을 못한다고 정신이나 몸에 무슨 이상이 있는 것으로 종종 생각을 하곤 하죠. 전혀 이상이 없는데 말이죠. 외국인을 만나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도 과연 그런 생각을 가질까요”라고 반문한다.
문지부장은 오늘도 농아인들의 어려운 여건을 개선하기위한 노력에 온 힘을 쏟는다.
농아인의 입장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미리 헤아리는 게 이미 습관이 되었다.
문 씨는 사람들이 갖는 농아인에 대한 편견을 ‘일반인과 의사소통만 다를 뿐’이라며 농아들을 위한 필요한 정책이나 대안 등을 제시하고 또 실현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현재 부안관내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700여명에 이른다. 이중 회원으로서 사회활동과 문화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회원은 불과 80여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농아인들의 갇힌 생활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정복 지부장은 이들이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많은 회원을 모집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예를 들어 매월 한 차례 전주로 한글자막이 나오는 한국영화를 보러갑니다. 하지만 집에서만 생활하시는 분들에게는 홍보가 무척이나 힘들어요. 이런 분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여 많은 문화생활과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싶습니다”라며 사회활동을 꺼려하는 이들에게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한다.
문지부장은 농아인들이 자신의 세계에 갇혀서 생활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겪고 있는 불편함은 살아가는 데 있어 걸림돌이 아닙니다. 내 자신이 생각할 때 불편함이라고 생각한다면 걸림돌이지만 생각을 바꿔 남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자신감을 가진다면 디딤돌이 될 수 있습니다”라며 주눅들지 말것과 활동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지부장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되었지만 문 지부장은 오늘도 초심을 잊지 않는다.
지금처럼 농아인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처음 마음가짐처럼 농아인들의 불편함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그들을 대변하고 사회 참여를 유도하고 싶다고 강조한다.
비록 수화통역사를 통해 대화를 나누었지만 농아들을 위한 그녀의 진실된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기자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수화 한 가지를 배웠다.
왼손은 손등이 하늘을 보게 하고, 오른손은 날을 세워서 왼손을 한 두 번 내려쳐주면서 고개도 가볍게 숙였다. ‘감사합니다’라는 뜻이다.
우리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과연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 모두에게 한번은 스스로 물어볼 만한 물음이라고 생각한다. 의사소통만 다를 뿐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힘찬 첫걸음을 내딛는 문정복 신임회장. 그가 꿈꾸는 소외계층의 아픔에 다시 한번 공감하면서 타인을 더 배려할 줄 아는 지역사회가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정동준 기자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