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없는 주·정차단속에 불신만 깊어져

터미널사거리에서 아담사거리까지 오전과 오후. 일정한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불법 주·정차 차량을 지도하고 계도하는 단속차량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부안군과 경찰서는 계도와 홍보의 기간을 갖고 터미널사거리에서 육약국 삼거리까지 등 부안읍 주요 간선도로에 대해 4월 8일부터 불법 주·정차 집중단속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정차단속이 터미널사거리에서 아담사거리까지의 구간이 관습처럼 정해지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왜 툭하면 터미널사거리에서 육약국 삼거리에 위치한 상설시장 일대를 단속구간으로 정하고 집중단속을 펼치는 것일까.
부안을 대표하는 중심도로인 탓에 집중단속을 펼치는 것인지 아니면 이곳을 제외한 부안읍의 다른 지역에는 불법으로 주·정차를 하는 차량이 아예 없기라도 하는 것인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실 부안읍 터미널사거리 인근 반경 500미터 안에는 마트가 3곳이나 집중돼 있다.
마트주변은 늘 마트를 이용하는 차량으로 가득해 이 곳을 지날 때면 운전면허 시험 볼 때처럼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그 대표적인 곳이 홈마트 인근이다.
홈마트에서 주공 1차로 가는 방향은 더욱 가관이다.
횡단보도에 주·정차된 차량이 버젓이 있음은 물론이고 주변은 마트를 찾는 이용객들이 피해다닐만큼 차량들이 즐비해 있다.
이곳에서 차량 2대가 동시에 움직이기란 터미널사거리에서 상설시장을 지나는 것보다 더욱 힘들다.
그럼에도 이곳은 늘 주·정차된 차량들로 가득하다.
홈마트 인근뿐만이 아니다.
물의 거리 인근에 위치한 농협 하나로마트와 성모병원 부근도 마찬가지다.
이 곳 역시 통행할 때 앞에서 차량이 발견되면 상대차량은 잠시 비켜줘야한다.
또한 부안군청을 지날 때면 군청을 보호하기라도 하듯 마냥 둘러싸여 있는 차량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군청앞 주·정차 차량들을 그냥 두고 바라보고 있는 근시안 행정의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상설시장과 터미널사거리에서 쉽게 받을 수 있는 경고장은 군청앞에선 찾아볼 수 없다.
이번처럼 집중단속 구간을 설정한 경우가 지금까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단속구간도 문제이지만 단속기간도 문제가 있다.
얼마 전 시장에서 일하는 후배가 잠시 가게에 들렀다가 예상치 못한 봉변(?)을 당했다. 상설시장 입구에 잠시 정차를 하고 배달할 품목을 가지러 간 것이다. 그 사이에 불법 주·정차를 했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냈다. 이튿날도 다시 잠깐 차를 세워두고 물건을 가지러 갔지만 이날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고 한다. 후배는 군과 경찰의 원칙 없는 불법 주·정차 단속에 매우 어이없어 했다. 물론 상설시장주차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을 이용하지 않는 잘못도 있지만 불법 주·정차 단속을 함에 있어 일관되지 못한 행정에 문제가 있다고 불만과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번에 집중단속 구간으로 지정된 곳은 상설시장을 포함하여 상가가 집중되어 있는 곳이다. 부안상설시장은 넓은 주차장이라도 확보하고 있다.
인근 마트들은 주차장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주차장이 있다한들 마트를 방문하는 고객 모두를 수용할 만한 주차장시설을 확보하고 있는가.
이 곳에서는 버젓이 불법 주·정차로 인해 통행에 불편함을 주거나 미관을 해침에도 불구하고 터미널사거리에서 상설시장 구간은 불법 주·정차 집중단속 구간에 언제나 단골손님으로 선정된다.
이처럼 특정구간을 집중단속 구간으로 설정하고 시행한다고 불법 주·정차의 근절을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공정성에는 어긋나 보인다는 것이다.
마트 주변은 주·정차를 당연스럽게 여기고 시장은 집중단속 구간이라는 인식이 군민들의 뇌리에 깊게 박히지 않을까 우려감이 든다. 만약 그렇게 각인된다면 이것은 행정에서 시장보다는 마트를 더욱 애용하라고 권장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지 않은가.
나 자신도 불법 주정차 단속이 집중되어 있는 시장보다도 도로변에 주·정차가 허용(?)되는 마트를 이용할 것 같다.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높지만 위와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아이러니하게도 전통시장을 살리자라는 취지에 오히려 어긋나 있지 않을까.
불법주정차의 근절을 위해 늘 노력하는 군과 경찰의 노고를 이해하지만 보다 공정하고 원칙적인 제도와 대안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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