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일찍 귀농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부안군귀농인협의회 초대회장 지용국 씨

▲ 지용국회장
“농촌의 삶은 자연의 섭리와 어우러지는 삶입니다. 조금 더 일찍 귀농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지난 40여년간의 서울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2010년 6월 고향인 부안에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 지용국(62.동진면 그래그래 흑염소농장 대표)회장은 귀농생활의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하다.
동진면 증산리가 고향인 지 회장은 서울에서 한국무역개발원을 설립하고 원장을 역임하며 무역실무 전문가로 이름을 떨쳤지만 매일 반복되는 삶에서 벗어나 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꿔왔다.
5남매중 장남이며 6남매의 맏사위인 지 회장은 40여년의 서울생활을 마감하고 고향으로의 귀농을 선택했을 때 가족들의 반대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잘 선택했다며 격려를 보내줘 인생의 제 2막을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고 지 회장은 설명했다.
이러한 가족들의 격려로 지난 2008년 귀농을 결심하고 본격적으로 귀농 준비작업에 나섰다. 귀농을 결심했지만 영농경험이 전무한 지 회장에게 소득사업을 무엇으로 선택할지는 최대의 고민거리였다. 지 회장은 기나긴 고민 끝에 축산으로 방향을 잡고 ‘흑염소’를 사육키로 결정했다. 흑염소는 소나 돼지와 달리 배설물 처리가 용이하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고 가격 등락의 기복이 완만하다. 또한 성축으로 출하하기까지 소요기간이 짧다는 점에서다. 안정적으로 귀농생활에 정착하기 위해 사전에 관련정보를 철저히 파악한 지 회장은 1년 동안 전국의 흑염소 농가를 방문하여 사육시설과 형태, 급이시설, 질병관리 등을 꼼꼼하게 살피는 등 준비기간만 2년이 걸렸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은 지 회장이 고향으로 귀농 후 조기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결실로 돌아왔다.
지 회장은 사실 귀농지를 부안이 아닌 강원도 평창과 전북 순창으로 염두해 두고 있었다. 하지만 선배의 권유로 고향인 부안으로 귀농지를 선택하게 되었다. 선배의 ‘일단 고향으로 가라’는 한마디에 마음이 움직인 지 회장은 고향인 부안에 내려와서 마을 바로 옆에 축사를 짓고 귀농생활을 시작하면서 왜 선배가 고향으로 가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축사를 짓는데 필요한 자재들을 손쉽게 얻을 수 있었고 인근 주민들의 세심한 배려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회장은 “고향이 아닌 타향에서 귀농생활을 했다면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라고 고향으로의 선택을 매우 만족해 하고 있다. 지금은 귀농·귀촌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고향을 권장하고 있을 정도다.
25마리의 흑염소로 시작한 농장은 현재 약 200여두에 이른다. 누적출하분을 합치면 300두가 훨씬 넘는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분양과 생체 출하가 이뤄지면서 연간 매출 7,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2015년에는 매출액을 1억 500만원으로 계획하고 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0여두의 흑염소를 일일이 직접 주사도 놓으며 자식처럼 돌보는 지 회장은 무역실무 베테랑에서 고향에 내려온 지 2년 반만에 지금은 흑염소 베테랑이 됐다. 흑염소마다의 특징들은 물론이며, 어떤 녀석이 우두머리이고 순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자신이 키우는 흑염소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다. 농장에서는 냄새 또한 나지 않는다.
모두 아끼는 자식들이지만 이 녀석은 더욱 특별하다며 유독 배에 약간의 흰색털을 가지고 있는 흑염소를 가리키며 “작년에 시름시름 앓았던 녀석이에요. 위에 가스가 차서 배가 볼록한 상태로 몇 일을 누워만 있었어요. 고창증에 걸렸습니다. 병원에서도 고치기 힘들다고 했는데 어찌 마냥 손놓고 보고만 있겠습니까. 아파도 제 자식인걸요”라며 운을 뗐다. 이어 “제가 해보겠다고 했죠. 주사기를 사서 위에 있는 가스를 제거하고 까스활명수를 3병이나 먹이고 밤낮을 주물러 줬더니 이틀만에 일어나더군요”며 예전에 누렸을만한 기쁜 표정을 다시금 보였다.
지 회장은 “지금은 저 녀석이 새끼를 제일 잘 납니다. 물론 지금도 무척 건강하구요”라고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이처럼 지회장은 일정한 소득도 물론 중요하지만 수치로 따질 수 없는 귀농생활은 삶의 여유와 질이 가장 큰 소득이고 늘 꿈꿔왔던 귀농생활이라고 강조한다.
‘성공적인 귀농을 단순히 소득에만 잣대를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나름대로의 삶의 철학까지 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귀농의 성공 노하우의 교환과 공유를 통해 또 다른 귀농·귀촌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모색하며 지난 2012년 12월 ‘부안군귀농인협의회’를 창립하고 초대 회장직에 올랐다.
회장직을 맡으면서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귀농생활을 보여주고 있는 지 회장은 요즘은 하루에도 몇 번씩 걸려오는 전화응대와 농장을 방문하는 귀농과 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상담과 노하우를 제공하고 있다. 귀농·귀촌을 원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기반과 관련 정보 없이 내려오는 게 너무 안타까워 더욱 친절하고 냉정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고 말한다.
“머릿속에서 그려왔던 농촌생활을 원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맞는 충족요건을 충분히 갖춰야 하고 무엇보다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밑바탕을 갖춰야 꿈꿔왔던 귀농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귀농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잊지 않았다.
지회장은 요즘 축사옆에 있는 텃밭에 뽕나무를 식재하기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울에서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고향에서, 농촌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향기와 정을 누릴 수 있어 더욱 행복하다는 지용국 회장. 지회장이 부안으로의 귀농과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의 본보기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정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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