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죽었다

배귀선

“신은 죽었다” 니체의 말이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 하면 떠오르는 말 중 단연 으뜸이다. 유명한 말인 만큼 어떤 신이 왜 죽었는지, 누가 그를 죽였는지,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신은 죽었다.” 라는 말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존재론부터 고민해봐야 한다. 고대와 중세, 근대의 신관과 진화론과 창조론, 이상과 현실, 내세와 현세 등의 이분법적 사유도 더듬어봐야 하는 실로 광범위한 문제이다. 때문에 신이 죽었다는 말에 대해 ‘이것이다’라고 증명하기에는 니체 자신의 철학적 사유 외에는 사실 어려움이 있다. 니체가 요구하는 신의 죽음에 대한 이하학과 이상학적 개론에 관한 것만도 짚기에는 지면상 한계가 있다. 하여, 각설하고 다소 엉뚱하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필자가 생각하는 “신은 죽었다” 라는 말을 전두환 전직대통령에 비유한다면 “정의는 죽었다.” 라고 할 수 있겠다. 어느 정도로 패악해야 신도 간섭을 하지 그 도를 넘어버렸으니 신도 놓아버릴 수밖에.
정의가 죽은 사회에 더 이상의 신은 존재가치를 상실했다. 권력은 이타적 능력이 되어야 함에도 권력이 신이 되고 돈이 신앙이 되는 패거리 구조 속에서 신은 더 이상 할 일을 잃은 것이다. 정의까지는 아니더라도 보편적 가치에 준하는 삶이 인간의 기본적 삶이라고 볼 때 타락한 정의를 하나의 시청각 교재로 삼기에는 너무 너덜너덜하다.
요즘 유행하는 영화 “남쪽으로 튀어”에서처럼 가끔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다. 따지고 보면 전직 대통령 전두환이나 필자나 뱃속에서 대한민국 국민을 선택한 것도 아니고 이 나라에 태어난 멍에가 지워진 것뿐이다.
모르쇠의 달인 전두환과 탈세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필자를 비교하는 것이 기분 나쁜 점도 있으나 “오직 사람이 귀하다.”라는 소학의 말을 빌리자면 굳이 미워할 일도 아닌듯하다. 그러나 작금의 전직 대통령의 예우에 관한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한때 파출소에까지 “정의 사회 구현”이란 슬로건을 걸어두었던 전두환. 과거사 문제로 조용히 참회하며 살아도 그 지은 죄 다 갚지 못할 사람이 1인당 10만 원의 하객 식비와 1억 원이 들었다는 손녀 딸 결혼식에 버젓이 나타났다. 이러한 사회적 괴리감과 그가 부르짖은 죽어버린 정의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작금의 현실은 공론의 여지가 있다.
공론인즉 전두환은 무고한 광주 학살의 수갑은 차치하고라도 1997년 대법원에서 선고 받은 비자금 관련 추징금 2,205억 원 중 1,673억 원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납한 상태다. 전 재산이 29만 원이라는 전두환 오야붕의 생활 뒤에는 강력한 방패막인 패거리권력과 입법부의 직무유기가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범죄자를 보호하기 위해 60여 명의 경찰과 전의경이 상주하고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경호에 들어간 비용은 한 해 평균 전두환 8억 1,193만 원, 노태우7억 1,710만 원이라고 한다. 해마다 15억 원 가량의 세금이 경호 비용으로 쓰이는데. 결국 국민의 혈세가 범죄자의 경호에 쓰이는 것이다. 방과후 학교에서 문학 강의를 하고 한 시간에 삼만 원을 받는 나는 세금을 단 한 푼도 체납한 사실이 없고 가끔 발부 받는 주차과태료 또한 체납한 적이 없다. 어쩌다 쪼들리는 살림에 수도세라도 몇 달 밀리면 가산세에 독촉전화가 빗발친다. 그러나 전두환에게 독촉전화 하는 공무원이 있는가?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해 집행되는 예산이기는 하겠으나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국회의원 역시 범죄 경력이 있으면 당연히 연금에서 제외 되어야 한다. 가재는 게 편인지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으라고 뽑아준 국회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으니 정의는 죽었고 신도 죽을 수밖에. 부디 신이 살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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