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 - 황목사 측의 총회 질의 서류 돌려 보내.. 월권해위총회 - 황목사 질의서 헌법위원회로 이관 않고 표류시켜

교회는 최대한 공정한 판결을 위해 사회법정과 마찬가지로 3심제를 운영한다. 교회에서 목사와 장로로 구성된 당회가 있고, 일정 정도의 교회가 모여 노회를 구성한다. 노회는 소속 교회가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노회에서도 해결되지 않으면 총회에서 최종 심의해 판결한다.
그러나 노회나 총회는 종종 공평성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존해 문제를 해결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부안제일교회(목사 황진형)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국내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소속 전서노회는 ‘부당 판결’ 시비를 일으키며 상황을 더욱 나쁜 쪽으로 끌고 갔고, 총회 관계자들도 이 사태를 객관적으로 처리하지 못해 비판을 받았다.

부안제일교회는 황진형 목사 측과 소대구 장로를 중심으로 4인 장로가 내분을 겪다가 상회인 전서노회에 맞고소했다. 소장로 측이 지난해 3월31일 먼저 황목사를 고소했다. 근거는 △교단 헌법에 없는 열린당회 실시 △당회원 과반수가 요구한 당회 소집 거부 △당회 결의 없는 공동의회 개최, 예산 집행, 직원 임명 등이다. 전서노회는 소장로 측의 고소 내용을 총회 헌법위원회에 유권해석을 받아 7월19일 황목사를 기소했다.

황목사 측도 지난해 4월26일 전서노회에 소장로 측을 고소했다. 고소 내용은 △불법교회분리모임 및 불법예배 주도 △목사의 설교권 침해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등이다. 또 황목사는 부안제일교회가 당회를 구성하기 힘들다며 노회에 위탁 판결을 청원했다.

그러나 전서노회는 기소기한인 30일을 훌쩍 넘긴 6월8일 ‘목사는 노회가 치리하고, 장로는 당회가 치리한다’는 이유로 서류 일체를 반려했다.

헌법위원회의 판결과 노회의 황목사 기소 및 황목사 측 고소건 반려는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아 형평성을 잃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헌법위원회는 열린당회가 헌법에 없는 조직이라고 판결했지만, 부안제일교회에서 실시한 열린당회는 기존의 당회를 공개적으로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헌법에도 당회를 비공개로 한다는 규정이 없다. 게다가 열린당회는 황목사와 소장로 측의 합의로 이뤄졌으며, 당회원 외에 다른 교인은 방청만 할 뿐 질의나 의결을 할 수 없도록 엄격히 제안했다.

황목사가 당회 소집을 기피하는 것도 불법이라는 판결도 논란의 여지가 남는다. 우선 황목사가 장로들의 당회 소집을 거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로들도 매월 마지막 주에 열리는 정기당회에는 참석하지 않으면서 바로 다음 달 초부터 임시당회 소집을 요구했다. 황목사 측은 “목사가 당회 소집 요구를 거부한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얄팍한 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전서노회는 황목사 측이 총회 헌법위원회에 질의한 사항도 돌려보냈다. 교회가 총회에 질의한 내용은 노회를 경유할 뿐인데, 전서노회는 황목사 측의 서류를 검토한 뒤 반려하는 월권을 행한 것이다.

황목사 측은 전서노회가 반려하자 이를 총회에 제출했으나, 총회에서도 질의서는 헌법위원회로 이관되지 않고 표류했다. 인터넷에는 총회 일부 직원과 임원이 한쪽 편들어 주기에 나섰다는 비난 여론이 부상했다.

윤창현 목사(당시 강원동노회 서기)는 “사무국장이 당연히 넘겨야 할 사항을 총회 임원회 결의가 필요하다고 월권 해석했다”며 “(부안제일교회 사태가) 마치 양비론적인 문제인 양 혼란스럽게 인식하도록 (유도)한 책임을 물어 달라”며 총회장에게 공개 요청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총회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한편 부안제일교회 사태가 더욱 악화되자 헌법위원장 문원순 목사가 중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문목사는 당시 전서노회장인 김항안 목사에게 사과할 것을, 황목사에게는 6개월간 직무정지할 것을 각각 제안했다. 그러나 황목사는 이 제안을 거부했다. 그는 “내가 없는 동안 소장로 측이 부안제일교회 당회를 장악해 자기들 유리한 대로 모든 결정을 내릴 것이다”며 “소장로 측을 일방적으로 지지한 문 목사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노회와 총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동안, 부안제일교회 내부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소장로 측 교인들이 교회 분리를 위한 교인총회를 실시하고, 4월8일부터 주일마다 50~100명이 따로 예배를 드린 것이다.

이에 황목사 측은 이들이 교회를 탈퇴한 것으로 간주하고, 분리예배를 주도한 4명 장로에 대한 시무 찬반투표를 위한 공동의회를 8월8일 열었다. 교인 259명이 투표해 시무 찬성 9명, 시무 반대 237명, 무효 13명으로 4명의 장로를 시무정지시켰다.
소장로 측은 교회를 탈퇴한 것이 아니라 단지 예배를 분리해서 드리기로 결정한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을 뒤엎는 문건이 소장로 측에서 나왔다. 소장로가 황목사 등을 상대로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에 지난해 4월30일 신청한 ‘예배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에는 “부안제일교회는 (교인)총회 결의에 찬성한 265명이 탈퇴함으로써 두 개의 교회로 분리되었다”고 선언하고 있다.

황목사 측은 자신들의 주장을 전서노회와 총회에 알릴 길이 막히자, 지난해 8월26일 공동의회를 열어 노회 탈퇴를 결의했다. 공동의회가 새벽 6시에 열렸지만 225명이 참석했고 214명이 노회 탈퇴에 찬성했다.

총회 재판국은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다가 부안제일교회가 노회를 탈퇴하자, 목사 면직 처분 등을 내렸다. 재판국은 황목사가 제출한 ‘위탁 판결 청원’을 각하, ‘직무정지 결정 이의신청 건’을 기각하고 “신청인은 사건계류 중인 2004년 9월4일 전서노회를 불법 탈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면직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전서노회 소속의 한 중진 목사는 “황목사나 부안제일교회 교인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총회와 노회의 안일한 대처가 부안제일교회를 교단에서 탈퇴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기자 baram@newsnjo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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