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 사용놓고 옥신각신 황 목사 "언제든지 합의' 소장로 "법원에서 해결"

지난 15일 주일 오전, 예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교회 본당에 이르는 계단 위에 양산을 받쳐 든 40여명의 교인들이 자리를 잡았다. 예배시간이 되자 야외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목회자의 목소리에 맞춰 교인들은 찬송을 부르고 설교를 경청했다.
같은 시간 소예배실에서는 본당에 들어가지 못한 100여명의 교인들이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이는 어느 봄날 있었던 유쾌한 야외예배나 주일예배의 전경이 아니다. 이날 부안제일교회에서는 본당이 텅 빈 상태로 각기 다른 장소에서 다른 목회자의 인도 아래 예배가 열렸다. 예배가 끝난 후 곳곳에서 고성과 욕설이 이어졌다.

“나랑 한판 붙자”, “그래 오늘 한번 해보자”는 싸움판 대화가 주일학교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쉽게 오갔다. 벌써 7개월을 접어드는 ‘예배 아닌 예배’의 모습이다.

각기 다른 목사가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예배를 시작해 설교를 하는 이 교회의 예배 장면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황목사 측은 “소장로 측이 호루라기와 대형 스피커를 동원, 예배를 방해했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출입문을 폐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강화유리로 된 문이 부서졌고, 교인들의 몸싸움으로 경찰이 예배당에 수시로 출동한다. 최인순 집사(49)는 “머리카락이 한 움큼 뽑혔다”며 당시 살벌한 싸움을 재현했다.

최 집사는 병원의 진단을 받아 놓고 소장로 측에 대한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 소장로 측도 “서로 싸우다가 같이 피해를 입었다”고 대응했다.

지난 2001년 교회 재정부장 선임 등을 둘러싸고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교회 분쟁은 교회의 노회 탈퇴, 노회의 황진형 목사 면직, 갈라진 교인 간의 사회법정 공방 등으로 이어져 왔다. 그러면서 교인들은 황진형 목사를 지지하는 이들과 소대구 장로를 지지하는 이들로 나뉘어 지금까지 7개월 동안 주일예배는 물론 새벽예배까지 한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따로 드렸다.

소대구 장로를 중심으로 모이는 쪽은 지난 4월께 노회에서 파송된 목사가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현재 양측은 자신들의 예배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본당 사용을 둘러싸고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황목사는 “소장로 측 교인들은 지난 2004년 3월 자체 교인총회를 열어 교회를 탈퇴한 만큼 스스로 교인이기를 포기했다”며 “지금까지 그들이 교회 안에서 드리는 예배를 막지는 않았지만, 확성기와 대형스피커를 동원해 예배를 지속적으로 방해해 교인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장로 측은 “우리는 교회를 탈퇴한 것이 아니라 분리예배를 드리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미 노회를 탈퇴한 뒤 황목사의 면직이 노회 차원에서 결정된 만큼 우리가 예배의 정당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황진형 목사 측과 소대구 장로 측이 유일하게 생각이 일치하는 지점은 ‘교회 분리’. 황목사는 “예배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법원의 본안소송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며 교회 정상화를 위해 교회 분리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언제든지 합의할 수 있다”며 다양한 협상안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소장로 측은 소송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소장로는 “5∼6개월 뒤에는 법원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장로는 “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여 황목사를 상대로 냈던 출입금지,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등은 취하한 대신 모든 문제를 본안소송에서 해결하는 동시에 분리예배 가처분 신청을 냈다”며 승리를 확신했다. 그리고 교회 재산 분할에 대해서는 “땅 한 평 줄 생각이 없다”고 말해 합의할 생각이 없음을 내비쳤다.

소장로 쪽은 끝까지 싸워서 이기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도 2∼3년간은 법정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에는 도저히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라고 할 수 없는 모양의 예배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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