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부안상설시장 주차장에 주차를 마치고 상설시장 주차장 내에 있는 공중화장실을 지나가게 됐다. 화장실 근처를 지나가는데 뭔가 이상한 장면이 보였다. 어떤 남자가 조심스레 여자화장실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화장실 관리를 하시는 분인가?’라는 생각을 하고 지나치는데 남자화장실에서 물이 새는 소리가 들렸다. 화장실 문을 열어보니 세면대에 있는 물 조절장치가 파손되어 물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남자화장실 세면대 파손으로 물이 위로 솟아 물을 피해 화장실로 들어가기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였다. 왜 그 남자가 여자화장실로 발길을 돌렸는지 이해가 됐다.
세금을 내는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장 행정으로 전화를 걸었다. 어느 부서에서 업무를 담당하는지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 군민들의 소중한 세금으로 운영되고 군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물이니 만큼 빠른 조치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수도사업소로 전화해서 이런 일이 있으니 빠른 조치를 부탁한다고 말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저희 담당이 아닙니다’였다. 어처구니가 없어 끊고 재난안전과로 전화했으나 역시 돌아오는 답변은 마찬가지였다. 전화를 끊고 다른 부서로 전화를 하려고 했지만 재난안전과 직원은 민생경제과가 담당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며 ‘자신이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실을 통보하겠습니다’라고 친절하게 말해줬다. 전화를 끊고 일단 해결됐다고 판단했지만, 워낙 바쁘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업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이기에 행여 잊지 않을까 여겨 다시 민생경제과로 전화를 걸었다.
소중한 세금으로 근무하시는 바쁜 공무원분들은 담당업무가 아니면 이번처럼 다른 민원이 제기되면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방관으로 일관하는게 능사일까? 이뿐만이 아니다. 행정에 관련문의를 하면 가장 많이 듣는 대답이 바로 담당자가 출장이나 회의, 연차 중이라는 얘기와 함께 자신들은 모르고 있는 내용들이라고만 하는 답변이다. 관련 업무를 담당자 한사람만이 알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담당자가 자리에 없으면 많은 민원인들은 그 담당자만을 기다려야 한다. 1명의 민원처리에 5분이 걸린다고 가정했을 때 10명이면 50분이다. 물론 담당자가 있을 경우이다. 담당자가 자리를 비운시간 만큼 민원인들이 기다리는 시간은 더욱 길어진다.
물론 친절하게 민원처리를 해주시는 공무원분들도 많다. 민원 제기가 오면 친절하게 빨리 처리해주는 공무원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것도 자기 업무였을 경우에나 가능한 일로 보인다.
자기 업무가 아니더라도 민원이 들어오면 담당부서정도는 알 수 있지 않나?
군청 실과 번호를 대충이라도 알 수 있어 이번처럼 민원을 제기할 수 있었지만 번호를 전혀 알지 못하는 분들이 이번처럼 민원을 제기할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하다. 민원을 직접 보고도 대처방법을 몰라 지나쳐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군에서 행정과 담당업무 부서가 상세하게 적힌 전화번호 책자를 배포하여 군민들이 들고 다니거나 번호를 외우고 다녀야 하는 것일까? 그러기 위해 군민들은 또 세금을 내야하는 것이고.
이번 상설시장 공중화장실 민원을 제기하면서 ‘나의 민원처리 방식이 잘못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원 제기를 하기전에 군청 홈페이지에 가서 일일이 실과별로 담당업무를 꼼꼼히 파악한 후에 민원을 제기했더라면 전화비도 아끼고 바쁜 공무원들에게 방해도 되지 않았을테니...
문득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충청남도지사로 선출된 안희정도지사가 가장 먼저 실시한 충청남도 직위표가 떠오른다. ‘도민아래 도지사와 직원이 있는 직위표’가 생각나는 건 무슨 이유일까?
부안에서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고,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나름 적지 않은 지방세를 내는 군민으로서 오히려 반성(?)의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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