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이 박근혜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당선인에게 축하를 보내며, 문재인 후보에게는 심심한 위로와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선전한 것에 대해 뜨거운 격려를 보낸다.
선거 결과가 나오자 외신들은 일제히 ‘독재자의 딸, 대통령에 당선’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물론 정상적인 선거를 통해서 선출되었기에 독재국가에서 흔히 있는 임명이나 추대와는 다르지만 결과는 대물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유세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이번 대선을 박정희와 노무현의 싸움으로 몰아갔으니 박근혜의 승리가 곧 박정희가 노무현을 이긴 것이고, 이는 아버지와 딸이라는 생물학적 대물림 말고도 박정희식 가치와 문화를 이어받은 것이니 대물림이라는 주장에 반박할 여지가 빈약해진다. 미국의 부시 부자 역시 극우 신자유주의로 미국의 탐욕과 치부를 드러내며 세계 곳곳의 뜻있는 사람들로부터 멸시와 조롱을 받았었다. 한국의 박씨부녀는 제발 미국의 부시부자와 같은 난맥상을 보이지 않기 바란다. 개인이 욕을 먹고 조롱당하는 것이야 자업자득이니 뭐라 참견하랴마는 우리나라가 도매급으로 삼류국가로 취급되지 않기를 바라서이다.

이번 18대 대선은 민주당과 문재인의 완벽한 패배다. 문후보는 서울과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패배했다.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전국투표율은 75.8%인데 그중 50대와 60대 이상의 투표율은 각각 89.9%와 78.8%로 집계됐다.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로 민주당은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고무되었으나 실은 그 높은 투표율이 치명적인 독약이었음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50대 이상의 높은 투표율에 반해 2~30대의 투표율은 각각 65.2%와 72.5%로 평균 이하였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50대 이상 장년층의 높은 투표율이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더구나 불과 5년 전인 지난 17대 대선 당시보다 20대 인구수가 10% 줄었고 50대 이상은 반대로 10%가 늘었다. 민주당이 청년층 위주로 선거전략을 짠 것이 패인 중의 하나였다.

한편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것에 대해 허탈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3.6%의 차이는 그리 큰 표 차는 아니다. 내각책임제 나라에서는 여러 군소 정당과 합종연횡을 거쳐 연립정부를 구성하지만 대통령제를 시행하는 나라에서는 단 한 표라도 더 많이 득표한 후보가 정권을 차지하게 된다. 대통령제는 한마디로 승자독식인 제도다. ‘전부 아니면 전무’인 소위 ‘올 오어 나씽’이다. 그러나 정권을 차지했다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삼권분립 말고라도 1천5백만 여 표를 얻은 박 당선인 앞에는 그녀의 경쟁자를 지지한 1천4백만 여 명의 국민이 있다. 더구나 과반수가 그녀를 지지한 50대는 1987년 6월항쟁 때 주역이었던 학생과 넥타이부대가 주류를 이룬다. 이들 50대는 정치민주화를 일궈낸 세대다. 새누리당 정권이 민의에 반하는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언제라도 등을 돌릴 준비가 되어 있는 세대다. 부안에서 박 당선인은 약 16%를 얻었다. 역대 대선에서 볼 수 없었던 큰 표를 얻은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박 후보를 지지한 부안군민의 16% 역시 대다수는 민주당의 국정수행 능력을 반신반의하며 양자택일 상황에서 박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역시 맹목적인 지지자들이 아니다. 새만금을 비롯하여 지역현안 문제에 새로운 정부가 소홀히 하면 바로 비판자 내지는 반대세력으로 바뀔 수 있는 사람들이다. 박 당선인은 1천4백만 명의 반대자 말고도 자신을 지지한 사람 중에도 많은 이들이 날카로운 눈으로 감시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어느 모로 보나 어설프기 짝이 없는 아마추어 같은 민주당을 상대로 새누리당은 언론을 장악한 가운데 프로 선거기술자들과 관권을 동원하여 겨우 신승했다. 박 당선인의 득표율 51.6%는 박정희의 5.16 군사반란을 연상케 한다. 다음 대선에서는 5.18 광주민주항쟁의 주역 중 하나가 51.8%의 득표율로 승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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