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석(부안읍 의용소방대 총무부장)

나는 7만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같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런 글을 써도 되는지 내 자신이 안타깝고 서글픈 마음이 든다.

며칠 전 서울에서 친척들이 나들이 겸 우리 집을 찾아와 요즈음 한창 인기 속에 방영되는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빠뜨리지 않고 본다며 촬영 장소가 내 고향 부안이라고 서울 친구들에게 으스대며 자랑한다고 했다.

고향에 온 김에 변산 촬영장 구경을 가 보자고 해서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 첫 코스로 새만금 방조제에 도착했다. 오전에 도착해보니 주차장에는 그렇게 많지 않은 버스 10여대, 승용차 20여대 등이 주차돼 있었다. 호기심에 차량번호판을 살펴보니 경상도, 경기도, 서울, 충청도 등 대부분 다른 지역 차량들이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버스 뒤에서, 그것도 젊은 여자들이 용변을 보고 있었다. 얼마나 수치스러웠을까. 그 광경을 본 내가 더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변산반도의 첫 번째 관광코스에 수세식 화장실은 없을 망정 이동식 화장실이라도 있었으면 저런 볼썽사나운 광경은 안 일어날 텐데. 아는지 모르는지 높은 자리에 있는 양반들이 원망스러웠다.

그곳을 뒤로하고 격포리 궁항고개를 넘으니 확 트인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일행은 “와 멋있다. 환상이야!”를 외쳤다. 좁은 도로를 걷다가 세트장 주변 마차에서 물 0.5리터를 1천원에 사 마셨다. 참 비쌌다.

이곳저곳을 살피던 중 옛 우물가를 재현해 놓은 곳이 있어 들여다보니 물을 반쯤 담아 놓았는데 그 속에는 오물로 가득 차 있었다. 불쾌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기에 그러겠지’ 하고 발길을 옮겨 이순신 장군의 사진이 걸려 있는 곳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그 옆에는 이순신 촬영장소 안내판이 있었는데 하서 청호, 변산 고사포, 성천, 격포, 궁항 등이 적혀 있었다.

현재는 어디서 촬영할까 궁금해 옆 관광객에게 물으니 “도청리 수락동 앞바다에서 촬영을 한다”고 했다. 그곳을 빠져나와 오솔길을 따라 주차장으로 가는데 오솔길 주변 및 도로가에 오물, 쓰레기가 너무 널려 있어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요즈음 자기 쓰레기는 되가져간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은 청소원이 꼭 있어야 했다.

궁항을 빠져나와 도청리 수락동 앞바다에 도착하니 정박되어 있는 배 두 척에서 한창 드라마가 촬영 중이었다. 어떤 엑스트라는 물에 빠져 허우적대기도 했다. 한참 구경하면서 사진 찍고, 또 말 한 필 있어 그 말을 타고 찍고. 이런 재미있는 곳을 다른 관광객에게 묻지 않았다면 놓칠 뻔 했다. 이곳을 왜 궁항 안내판에는 적혀 있지 않았는지 관계자에게 묻고 싶다.

발길을 옮겨 진서면 곰소에 도착해서 염전, 새우 양식장, 횟집단지 등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설명하니 누군가가 “그래 횟집에 가 술 한잔하자”고 해서 산오징어를 맛있게 먹고 관광을 마무리했다.

차량에 몸을 싣고 집에 오면서 곰곰이 오늘의 관광을 되돌아보았다. 잘된 점, 시정해야 할 점, 갖추어야 할 것 등이 생각났다. 이런 문제점들을 개인이나 단체가 바로잡기는 어려울 것이고 면사무소나 군청에서 해야 할 텐데. 언제쯤 챙겨질 지….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