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대추리 마을 주민들, 50년전 뺏긴 '옛 대추리'지도 그려

철책을 사이에 두고 미군 K-6부대(캠프 험프리)와 인접해 있는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마을. 지난 8일 이곳에서 마을주민들의 손으로 만든 특별한 지도가 공개됐다.

8일 공개된 ‘구대추리 심리지도’는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진 마을을 노인들의 기억으로 복원한 마음의 지도. 현재뿐만 아니라 지난 1세기 가량 미군기지에 억눌려 살아 왔던 마을의 애달픈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추리 주민들은 마을이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로 포함돼 정부 토지수용 방침에 따라 쫓겨날 위기에 처했고 이를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240여회 가까이 치르는 등 투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다. 주민들이 이 마을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현재의 ‘대추리’로 이주하기 전 주민들이 살았던 ‘구 대추리’는 50여년 전 미군기지 활주로가 생기면서 사라졌다.

일제 때는 인근 주민 200여명이 강제 징용돼 활주로를 만들어야 했다. 지도에 적힌 글귀 중에는 “52년 8월10일 미군이 불도저로 담 뒤에 산, 밭, 흙을 밀어 놓고 다음날 저녁에 집까지 밀고 들어와 주민들은 밀려 나갔다”라는 내용이 있다. 미군들은 당시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을 막무가내로 허물어 주민들을 맨발로 쫓아냈다고 한다. 그렇게 쫓겨 나온 주민들이 황무지에서 어렵게 터전을 일군 곳이 바로 지금의 대추리 마을인 것이다.

주민들의 한이 얽힌 역사적 경험과 묻혔던 사실을 알리기 위해 기획한 구대추리 심리지도 프로젝트. 이를 기획한 김지혜 씨는 “이 지도는 단순히 옛 고향의 그리움에 관한 것은 아니다. 또다시 고향을 빼앗길 수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주민들의 간절한 소망을 이야기하고자 했다”며 지도 제작의 의미를 밝혔다.

작업에 참여한 홍창유(68) 씨는 “여기 동네 입구에 있는 철조망 안에서 우리 옛날 고향 터가 보여. 당시에는 이런 철조망도 없고, 아늑하고 얕은 삼태기 형태의 동네라 풍경도 좋고 살기도 좋았지”라며 미공군기지 활주로에 덮인 고향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런데 정부가 또 힘들게 재기한 여기(대추리)를 미군기지로 준다고 내놓으라니께 우리는 억울한 거야.” 홍씨는 그리움보다 더한 설움을 토로했다.
미군기지 때문에 무려 두 번씩이나 고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주민들의 이유 있는 항변이 지도를 통해 간절하게 배어나왔다.

<참소리> 김효정기자 fan03@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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