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결성 출발 늦었지만 주민 참여 높아...격포 뜻모아 '변산주민자치연합' 출법

변산면은 부안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몰려 있다. 그만큼 부안을 상징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핵폐기장 반대투쟁 때 변산면은 두 개의 대책위가 존재했다. 변산대책위와 격포대책위다. 모두 변산면에 속하지만 관광지의 특성상 서로 다른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던 탓이다. 변산대책위는 격포대책위보다 몇 달 늦은 2003년 9월께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게 된다.

격포나 변산 모두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변산은 격포에 비해 상대적으로 반응이 늦었다는 평을 받는다. 초기에는 적은 수의 주민만이 참여했던 것도 지역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변산 주민들은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대책위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게 된다.

변산대책위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양규식 씨는 “변산면은 관광지 특성상 다양한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접하는 정보가 많고 의식수준이 깨어 있는 편이다”고 말한다. 본격적으로 대책위를 결성한 후 주민들의 호응도와 참여가 높아졌다. 대책위원들을 평소 주민들의 신망을 받던 인물들로 구성한 것이 주효했다. 관광지답게 지도부도 대부분 상인들이다.

1,2대 대책위원장을 오병윤, 최순열 씨가 맡았고 양규식 위원장은 주민투표 이후로 대책위를 무난하게 이끌어 왔다는 평을 받는다. 양규식 위원장은 “핵발전소 주변 지역 가운데 잘 사는 지역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부안군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당시 주민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핵폐기장 반대싸움에 나선 것에 대한 확신과 소신을 재차 확인했다.

변산면 대책위에서 가장 크게 신경을 쓴 부분 중 하나가 투명성이다. 곧 재정과 운영의 투명성이다. 이것이 확보되면 민심은 따라 움직이기 마련이란 판단이었다. 변산면 대책위는 매월마다 이장단 회의를 통해 재정 내역을 공개했다. 주민 존중의 의사표시였던 셈이다. 투명성 제고는 주민들이 호응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변산농협에 근무하는 이경미 씨는 “집회 있는 날 여성 임원회의 일정을 잡았다고 주민들이 항의 전화를 해 올 정도로 당시 변산의 반핵 분위기는 절대적이었다”고 회고했다. 마을별 책임자 대책회의에는 120명이 참석하는 기록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렇게 주민들이 반핵대열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 데는 아줌마 홍보단도 빼놓을 수 없는 일등공신이다.

어려운 고비도 여러 차례 있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내소사 사건’은 많은 사연을 낳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폭력진압이 한층 극심해졌다. 김경철, 김주원 씨가 연루돼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하루가 멀다시피 부상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관광객이 줄어들고 생계활동까지 포기해야 했던 것은 모두의 고통이었다.

변산대책위 간판은 아직도 그 자리에 남아 있다. 그만큼 애정이 많이 남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변산대책위는 최근에 격포대책위를 통합해 탄생시킨 ‘변산주민자치연합’으로의 조직전환을 공식적으로 선포하고 주민잔치를 한바탕 열 계획이다. 투쟁의 성과들을 주민들과 함께 나누고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의미다.

변산주민자치연합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과거부터 변산과 격포는 같은 행정구역이면서도 주민들의 왕래가 많지 않았다. 함께 조직체를 만들어 운영해본 사례도 없다. 심지어는 파출소, 우체국 등 관공서 등도 따로따로 있었다. 특별히 나쁠 것도 없지만 같은 지역이라는 동질감도 적었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격포와 변산이 뜻을 처음으로 모아 보는 소중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변산대책위는 이제 지역발전과 자치를 고민하고 있다. 부안은 관광산업으로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주된 생각이다. 이를 위해 여름 한철 장사해서 먹고사는 것을 탈피해 연중 관광객을 끌어들일 방안을 연구하는 것도 과제다. 구체적으로 지역축제 등을 고민하고 있다. 과거 전국 8대 해수욕장으로 손꼽혔다는 변산해수욕장이 예전처럼 사람들로 붐비고 인근 상가가 생기있게 변모하는 모습이 이들이 그리는 변산의 미래다.

최근 부안군의 핵폐기장 유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행태에 대해 양위원장은 짧지만 뼈 있는 한마디를 내놓았다. “군민의 지도자라면 개인의 생각을 버리고 주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앞으로 어느 누가 군수를 하더라도 주민들이 늘 감시하고 질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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