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주를 다녀왔다. 오랜만에 가는 전주길에 처음 보는 방범용 카메라가 생겼다. 새로 설치된 방범용 카메라를 보니 문득 ‘내가 어디를 가든지, 어디에 있던지 쉽게 날 찾을 수 있어 행여 나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쉽게 찾을 수 있겠다’라는 흐뭇한 생각과 함께 ‘난 늘 감시당하는 존재겠다’라는 생각에 쓴 웃음이 났다. 생각해 보니 방범용 카메라 뿐만 아니라 길거리와 상가, 심지어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CCTV와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등 각종 보안장비들 때문이다.
CCTV와 방범용 카메라의 효과는 당연히 범죄예방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이와 같은 보안장비가 설치돼 있으면 범죄가 예방될 것이라는 주장 역시 타당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대형 사건 소식은 CCTV의 필요성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도 그렇다. 비행기에만 설치되어 있을 줄 알았던 블랙박스가 이젠 쉽게 차량에도 설치할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고 점점 나날이 발전하는 보안장비에 의지하는 세상이 되어만 가는 거 같아 씁쓸하다. 서로 믿지 못할수록 더욱 발전해가는 각종 보안장비들에게 우리의 자유를 기계에 반납하고 만 것일까? 우리 삶이 더 편리한 만큼 그만큼의 자유를 헌납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인간이 저지르는 범죄 지능이 발전할수록 각종 장비들 역시 함께 발전한다. 역으로 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범죄 지능이 발전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 같은 생각이 들수록 첨단 장비로 무장되어 가는 세상을 마냥 좋아하고 신기하게 받아 들이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갈수록 발전하는 각종 감시용 장비들을 만든 장본인들이 바로 우리들 인간이기에 더욱 서글퍼 지기만 한다.
넘쳐나는 CCTV와 블랙박스 등의 첨단 보안장비들로 인해 언제, 어디서든 누군가 날 감시하고 있다는 불쾌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기계에 의존하고 있는 인간에게 감시를 받고 있다는 생각에 그러한 불쾌감은 더해진다.
이러한 느낌을 갖는 것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결국 인간이 인간을 믿지 못하고 기계에 의지하면서 인간이 인간을 감시하는, ‘동물농원’의 폐쇄된 사회가 우리를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이 편의를 위해 만든 기계이지만 그 기계에 감시당하고 구속되어 있다는 기분이 든다.
각종 사건사고 발생 시 상황을 파악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기에 CCTV와 블랙박스 등의 보안장비는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또한 목적에 따라서 범죄 예방용과 감시용 이외에도 노약자의 간호나 위험 시설의 모니터링, 자연재해의 감시 등 인간의 삶을 편리하도록 돕는 데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부정하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대표적인 보안과 감시의 역할 수단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어 편리한 삶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수단인 것은 분명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인간에 대한 신뢰’를 망각하게 한다는 점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이성을 잃은 범죄자가 기계의 눈을 믿지 못하고 깨어있는 시민의 눈을 무서워하는 세상이 가능할까.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급변하는 시대속에서 이 속담도 이제는 ‘낮은 CCTV가 감시하고 밤도 CCTV가 감시한다’라고 바꾸어야 할 지 모르겠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