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와도 "도로 위험"불평... 사도 개방을

궁항 좌수영 세트장 근방에서 숙박업을 하고 있는 ㄱ씨는 ‘이순신’ 특수라는 말이 영 다른 나라 얘기 같다.

세트장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넘쳐 나는데 오히려 반대로 3개월째 집세를 내지 못하고 있다. 좋은 전망 덕에 차를 마시러 오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최근 며칠 째 이마저도 뚝 끊겼다.

다른 숙박업소 ㄴ씨는 항의하는 손님들 때문에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인터넷으로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좁고 위험한 도로로 거슬러 왔다는 불평을 부쩍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에는 차 가지고 구경 다니던 사람이 경치가 좋다며 들어오곤 했는데 길이 막힌 뒤로는 전혀 없어요.” ㄴ씨의 푸념이다.

“멀쩡하게 다니던 길이 막혔다.” 궁항 세트장 주변에서 영업을 하는 업주들이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는 불황의 이유다. 당초 이곳에는 군인과 마을주민이 통행할 수 있는 도로가 있었지만 정식 도로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과 차의 왕래가 있었고 관습도로로 굳어진 셈이다.

그런데 이 도로가 주차장이 생기면서 끊겼다. 주차장까지 이르는 도로는 2차선으로 넓히고 기존에 있던 도로를 펴서 ‘사도(私道)’로 등록했다. 그리고는 바리케이드를 친 것이다. 주차장 측은 사도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사도법에는 통행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려면 군수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이 대목에서 군이 주차장 영업을 돕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처음에는 부안군수 명의로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판을 내걸었다가 항의가 빗발치자 살며시 치우기도 했다. 관리사무소를 2m 내렸다고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통행을 막고 있다.

다만 통행이 자유롭더라도 풀어야 할 숙제는 있다. 차량이 한꺼번에 기존 도로로 진입할 경우 세트장 근방이 아수라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주차장 쪽에서 배짱을 내미는 논리이기도 하다. 부안군은 예산이 없다는 타령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종합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지주와 주민을 설득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한계희 기자 gh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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