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행위 방조 비난 여론에 새 부지 모색 평일 수입 100만원... 재정 충당기회 놓쳐 관도로 막아 논란 .. 주민들 "생계위협"

격포에서 궁항으로 넘어가는 790번 도로는 휴일만 되면 밀려든 차로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궁항에 자리 잡은 ‘불멸의 이순신’ 좌수영 세트장을 구경하러 온 차량들 때문이다. 격포 농협 근처에서부터 채 1km도 안되는 고갯마루까지 한 시간 가량의 정체를 버텨야 겨우 도착할 수 있다.

고개를 넘은 차량은 대부분 아무런 망설임 없이 사설 주차장으로 향한다. 그 근방에서 유일하게 시설을 갖춘 주차장이기도 하거니와 부안군은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을 세워 방문객을 인도한다.

난개발 그리고 철망

주차장은 휴일, 평일 가릴 것 없이 언제나 붐빈다. 가뜩이나 요새는 단체관람 온 학생들의 조잘거림이 끊이지 않고 거기에 흙먼지와 경적 소리가 버무려져 더욱 정신이 없다. 주차요원은 “경사 때문에 밑에서 버스가 올라오다가 중간에 설 수가 없어 경적을 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산을 깎아서 주차장을 만들다 보니 위아래 사이의 기울기가 보통이 아니다.

이는 현재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땅의 반 이상이 불법으로 조성된 때문이기도 하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해 전라북도의 감사에서도 지적됐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유채꽃을 심어 눈가림을 했을 뿐이다. 그마저도 대형차가 계속 주차를 하면서 밟혀 죽어 버렸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숨어 있던 실제 주인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 성과라면 성과이다. 주차장을 운영하는 강아무개 씨가 처벌을 받지 않고 대신 김형조 씨가 벌금을 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난개발은 또 다른 분쟁을 일으켰다. 관광객들이 세트장을 둘러보고 쉽게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방법을 찾다가 다른 사람의 사유지에 오솔길을 냈고 이를 막기 위해 땅 주인은 철망을 쳤다. 이 철망 때문에 기존 도로가 좁아지자 여기를 이용해 왔던 부대와 분란이 일었다. 자신이 소유한 사도(私道?사설 도로)라고 주장했던 김형조 씨는 다시 자신의 땅을 도려내 도로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뒷북만 치는 부안군

이같이 사도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나자 이번에는 허가, 관리를 맡은 부안군이 곤란한 지경에 빠졌다. 들어가는 길도 없이 영업용 건물의 건축허가를 내준 셈이기 때문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주차장 입구로 들어오는 도로 역시 실제 임야와 밭이라는 것이다.

뻔히 아스팔트를 깐 2차선 도로이지만 불법으로 농지와 산지를 전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해당 담당자들은 서로 책임만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이 관습도로를 따라 영업용 건물로 건축허가가 난 것만 4곳이다. 군이 허가를 남발해 난개발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주차장 문제 역시 같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전북도의 감사결과에도 드러난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부안군은 주차장 업자가 불법으로 산지 및 농지 43필지를 전용했는데 임야 3필지만 불법전용된 것으로 사실과 다르게 보고하고 원상복구명령도 이행하지 않았다. 불법행위를 방조하는 사이 궁항을 보듬었던 산은 거의 바닷가까지 파헤쳐져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비난여론이 비등하자 최근 부안군은 주차장 업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대신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대체 주차장 부지를 찾는 데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금야금 산지와 농지를 불법으로 평탄화를 하고 있는데 부안군은 호루라기만 불고 있는 꼴이다.

주차장 측의 설명에 따르면 평일의 경우 보통 대형차가 200대, 승용차가 200대 가량 들어온다. 휴일은 2~3배의 차량이 주차를 하고 요금을 지불한다. 대략 평일에만 100만원 가량의 주차요금을 벌고 있는 셈이다. 처음부터 계획하고 준비했다면 군 재정을 충당할 수 있는 돈이 개인사업자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대부분 어민인 마을주민들은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 당장 생계를 위협한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궁항 한 주민은 “휴일이면 관광차 때문에 움직이기도 힘들다”며 “활어를 운반하는 어민들한테는 생계마저 위협받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계희 기자 gh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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