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로 문제없다" vs "절차상 문제 있다““부안군지부가 중앙회에 충성하기 위해 졸속으로 처리”

상서·하서·계화 농협이 전격적으로 합병 조인식을 가졌다. 지난 2일 농협 부안군지부에서 3개 농협 조합장 등은 박길현 지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합병에 관한 기본협정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3개 농협 합병 추진은 속도가 더해지고 타 지역농협 합병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농협 부안군지부는 “3개 농협의 통합이 성사되면 조합원수 5천명, 자산규모 2천억원의 대형농업이 탄생한다”며 “합병에 따른 농협중앙회의 수혜자금이 100억 규모에 이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합병 과정과 절차, 기준과 방법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내년까지 이어질 농협합병이 어떻게 추진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기본협정서 서명 의미=구두상의 논의와 추진과정을 문서화, 공식화시킨 의미가 있다. 본격적인 출발점에 선 셈이다. 조인식은 ‘정면돌파’를 택했다. 기본협정서 문안은 부안군지부가 지난달 30일 3개 농협에 전달했다. 그리고 이틀만에 전격적으로 진행됐다. 일부의 합병 반대 분위기를 의식한 탓이다. 전북본부와 부안군지부는 합병을 위한 첫 걸음을 뗐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논란이 예상되지만 합병 추진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전망이다.

◇기본협정서에 어떤 내용 담겨 있나=기본협정서는 농협중앙회에서 일괄 작성됐다. 조인식에서 총 6가지 항목과 합병계약서에 담길 18가지를 합의했다. 중앙회 기본안에 ‘1개 조합이라도 합병반대가 나오면 합병 추진은 무효화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주요 내용은 △합병 시기와 방법 △임직원수에 관한 사항 △소멸조합 조합장의 대우에 관한 사항 △사무소의 소재지에 관한 사항 등이다. A조합장은 “소멸조합 조합장의 대우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 것은 합병이 조합장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진행되는 증거”라고 날을 세웠다. 한편 계획대로 합병이 성사될 경우 신설조합의 본소는 하서농협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다.

◇ 일방적 합병흐름 비판 고조=“현재의 합병은 농협중앙회가 힘의 원리로 지원금을 회수해 간다고 압박해서 성사된 것이다.” 어느 조합 이사의 항변이다. B농협 조합장은 “전북본부와 군지부가 성과를 올리기 위해 기준도 모호하고 과정과 절차도 무시하는 합병을 진행 한다”고 비판했다. “농협중앙회에 충성하기 위해 반강제적 합병을 하고 있다”는 한 농협 이사의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농협이 조합 본래의 기능보다 돈벌이에만 눈독을 들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농협중앙회의 압력에 조합장이 힘없는 월급쟁이 스타일로 움직인다”는 혹평도 뒤따랐다. 합병 찬반 투표일을 6월10일로 잡은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가장 바쁜 영농기에 투표시기를 일부러 맞춘 것 아니냐는 것이다.

◇ 향후 절차 및 전망=3개 농협은 ‘합병추진실무협의회’를 구성, 운영한다. 여기에는 각 지역농협의 전무, 기획상무가 참여한다. 합병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합병 반대운동 가능성도 점쳐진다. 조인식은 조합장 외에 이사 등 각 농협 임원진도 배제한 채 진행됐다.

부안군지부 관계자는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더라도 법적 절차상의 하자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 농협의 이사는 “이사나 임원들에게 일언반구 없이 진행된 것은 큰 문제다”며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다. 각 농협의 일부 임원과 조합원의 반발이 예상된다. 합병 농협의 한 임원은 “이번 합병은 부안군지부에서 주도적으로 이끌어서 진행됐다”고 실토했다. 겉은 ‘자율합병’을 내세우지만 내용적으로 ‘타율합병’인 셈이다. 향후 지역농협 합병 방식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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