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추수철이 다가왔다. 한해 수확의 결실을 맞고 기쁨을 누려야 할 농어민들이 시름에 잠겨있다. 지난 추석때도 농어민들은 예전 명절과는 달리 마냥 기쁘기만 하지 못했다. 매년 반복되는 기상이변이지만, 특히 올해 심각해 농작물과 수산물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지난 봄에는 100만에 발생했다고 하는 극심한 가뭄으로 논바닥이 쩍쩍 갈라져 농민과 어민들을 울부짖게 했다. 더욱이 9월경 이래적으로 강력한 태풍이 연달아 우리나라를 관통해 지나갔다.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물론 보금자리인 주택까지 붕괴되어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를 주었다. 더욱이 농민과 어민들은 생계수단인 농수산물의 피해가 심각해 시름에 빠져있다. 수확이 얼마남지 않은 사과, 배 등 과일들은 90%이상이 떨어지고 과수나무까지 쓰러져 과수농사를 그만 둬야 하는 지경까지 가는 농가도 있다. 벼이삭이 강력한 바람에 쓰러짐은 물론 겉으로 보기엔 이상 없을지 모르지만 엄청난 면적의 벼들이 여물지 못하고 쭉정이만 남는 일이 발생했다. 또한 가두리양식장의 파손과 연달아 일어난 적조현상으로 어류의 폐사가 심각했다. 축사와 비닐하우스 또한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붕괴되어 버렸다. 바다에 설치한 그물이나 어구들도 모두 망가져 그 자리에 방치되거나 해안으로 떠밀려와 버렸다. 이와같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생생내기 정도의 보상대책을 내놓고 있어 농어민들의 공분을 받고 있다. 농어업재해보험에 가입한 농민들은 일부에 불과하고 보험에 들었다 하더라도 보상기준이 까다로워 피해받은 만큼의 보상은 전혀 기대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대부분은 재해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했다. 따라서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미래에 발생할 자연재해로부터 안심하고 농업과 어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농업․어업재해보상법을 제정하여 국가가 책임있게 피해보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
태풍으로 인해 공장이 망가지면 시설을 복구하고 비교적 빠르게 공장을 재가동하기 쉽지만, 농작물과 수산물은 한번 피해를 입으면 복구가 거의 불가능하다. 농산물은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는 것이 시기에 맞게 행해져야 하고,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피해를 받으면 상장하거나 원래대로 열매를 맺기가 어려워 진다. 그런데 현행 농어업피해 대책은 긴급복구와 생계지원 차원에서만 지원되고 있을 뿐 농어업생산물에 대한 지원은 찾아볼 수가 없다. 따라서 정부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대형재해로 인한 농업피해를 최소화하고 국가적으로 안정적인 식량공급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농산물에 대한 직접보상을 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농업․어업재해보상법 제정에 시급히 나서야 하겠다. 또한 보다 현실화된 농어업재해보험법을 개정하고 농어업 재해보험공단을 설치하여 보다 전문성을 갖고 긴급하고 엄밀한 피해조사와 보다 빠르고 체계적인 보상업무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겠다. 벼 백수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그냥 보기에는 벼 이삭이 모두 열린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쭉정이가 많고 재대로 영글지도 못한 경우도 대부분이다. 따라서 벼 백수피해에 대한 특별대책을 마련해야 하겠다. 그리고 농어업시설물 복구를 위한 농어업 자재를 반값에 공급해야 하겠다. 이같은 일들에 대해 중앙정부 뿐만이 아니라 지방정부도 조례제정과 특별 예산마련 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황금빛 들판을 바라보며 마음이 풍성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숨만 내쉴 수 밖에 없는 농민들의 모습에 슬픔을 같이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보다 푸르른 바닷물를 보며 마음이 편안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편안한 얼굴로 쳐다 볼수 없는 어민들의 모습에 슬픔을 같이하지 않을 수 없다. 공공적으로 우리 모두가 책임을 분담하고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을 보험회사에게만 떠 맞긴다면 어떻게 농어민을 위한 국가일 수 있겠는가. 상처입고 마음이 아플 때 같이 아파하고, 물질적으로도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을 때 다시 힘을 얻어 일어설 수 있는 것이다. 국가가 공공적으로 농민과 어민들의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다면, 농민․어민들의 슬픔을 어려만지지 않는다면, 국민경제에 악영향은 물론 공동체 붕괴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우리의 생명줄인 식량자급율은 더욱 떨어져 거대 다국적 유통회사나 자본에 우리의 미래를 내 맡기는 일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 시작이 바로 국가가 농업․어업재해보상법을 재정하고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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