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쉽게 쓰기

곤색(紺色)이 무슨 색깔이지?
얼마전 백화점에 들러 바지를 하나 샀습니다. "저, 손님에겐 이 곤색이 어울리는데요?"

곤색? 늘 쓰고 듣는 말인데 도대체 곤색이 무슨 빛일까? 어두울 정도로 짙푸른 빛이 도는 이 색을 곤색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곤색은 일본말이라는데 우리 말로는 뭐가 있을까? 마땅히 우리 말을 찾지 못하겠더군요. 그만큼 우리 말에 무디게 살아왔기 때문이겠지요.

나중에 사전을 찾아보니 곤색이란 말은 없고 감색(紺色)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검은 빛을 띤 짙은 남빛'이라고 풀어 놓았군요. 일본사람들은 이 '紺'을 '콘'이라고 읽는데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도 덩달아 '콘색'이니 '곤색'으로 따라 말했던 것이지요. 그러다가 곤색이 일본말이라 해서 기껏 우리 말로 찾는다는 것이 '紺'자를 그대로 읽어 ‘감색’이라 쓰는 듯 합니다. 그런데 감색이라고 하면 감나무에 달린 감의 빛깔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색깔은 전혀 다른데 말입니다. '짙은 남빛'이나 '쪽빛'이라는 우리 말을 살려 쓰면 참 좋겠어요.

색깔이야기가 나온 김에 몇 개 더 살펴 볼까요? '다갈색'은 '짙은 밤색'으로, '등황색'이나 '오렌지색'은 '귤빛'으로, '초록'보다는 '풀빛'이 훨씬 아름다운 우리 말입니다. '회색'은 '잿빛'이라 하면 더 좋겠지요.

5월은 신록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신록은 초여름에 새로 나온 잎들이 띤 연한 초록빛을 말합니다. '신록'보다는 '풀빛'이라는 우리 말을 써 보세요. 5월은 풀빛의 계절. 푸른 빛이 눈에 확 들어오는 것 같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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