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후보지로 부안, 서천, 양양, 기장 등 4곳 압축 검토

정부가 고준위 핵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 처분시설 후보지로 부안군을 포함, 전국 4개 지역에 대해 이미 타당성을 검토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소속 김상희 의원(민주통합당)은 지난 8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놓은 ‘고준위폐기물 장기관리 기술개발(2007~2011) 연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아직 처분방향조차 결정되지 않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 처분시설 후보부지로 전북 부안과 부산시 기장군, 강원도 양양군, 충남 서천군 등 전국 4개 지역에 대한 조사와 검토가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의하면 총 62개 후보지역에 대한 토양과 암반 등 지반적 시설의 기초조사를 통해 4개 지역으로 압축·선정하고, 이 지역에 대해 심지층 처분에 요구되는 500m 이하의 지하수 특성 분석, 지하수 유동모델링 결과를 바탕으로 처분 타당성을 예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에 대해 ‘단순 기초 조사’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당초 62개 지역을 후보지로 놓고 294억원을 들여 기초조사를 벌인 후 부안 등 4개 지역에 대해 지하 500m 이하 지하수까지 분석하는 심층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이들 지역으로 후보지를 의도적으로 압축했을 개연성을 낳고 있다.
김상희 의원은 “현재 원전내에 임시로 저장되어 있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 포화예상시기가 2016년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62개 후보지역에서 4개 후보 부지를 선정한 것은 단순한 연구 차원을 넘어선 것”이라며 “사회적 공론화를 무시하고 시간에 쫓겨 미리 사용후 핵연료 처분시설 후보지를 결정해놓았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사용후 핵연료 관리와 관한 정책은 중간처리시설, 최종 처분시설 등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다”며 “2007년 이후 사용후 핵연료와 관련된 사회적 공론화 작업을 시작하였으나 2011년 8월에서야 연구용역을 마무리하였고 아직도 국가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용후 핵연료 처분시설 후보 부지를 검토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부안군이 고준위 사용후 핵연료 처분시설 후보지로 검토되었다는 것에 대해 주민들은 놀라움과 함께 또 다시 부안을 소용돌이로 몰아가려는 것 아니냐며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부안읍에 거주하는 김모씨(42.여)는 “지난 2003년 부안 방폐장 사태를 둘러싸고 발생한 갈등과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았는데 이러한 일에 우리 지역이 또 연관된 사실이 도무지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다.
주민 박 아무개(60. 변산면)씨도 “2003년 부안사태로 인해 50여명의 주민들이 구속되고 전과자로 낙인찍히는 등 지역이 극도로 혼란에 빠졌었는데 정부가 더욱 위험한 고준위폐기장 후보지로 부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는 이에 대해 명확한 해명과 함께 입장을 정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 김상희 의원도 “미국의 경우, 사용후 핵연료 심층처분을 결정한 이후 20여년의 논란 끝에 유카 마운틴을 처분장 부지로 정했지만,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수원에 의하면 처분장이 아닌 사용후 핵연료 중간처리시설을 건설하는데도 원전 부지내 건설에 최소 6년, 부지외 건설에는 10년정도가 소요될 것이고, 사용후 핵연료 처분을 둘러싼 논란은 원전 건설당시부터 처분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필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의원은 또 “정부가 저준위 방폐장을 둘러싼 갈등의 흔적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또다시 고준위 폐기물을 둘러싼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즉시 보고서를 공개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방사선의 방출 강도가 높은 방사능 폐기물로, 사용 후의 핵연료에서 분리된 핵분열 생성물의 농축 폐액이나 플루토늄 등의 초우라늄 원소를 많이 포함한 폐기물이 이에 해당한다. 이에 비하여 원자력 발전소나 방사성 물질을 다루는 공장·연구실 등에서 나오는 것을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라고 한다. 이러한 고준위 폐기물 중 알칼리성 폐기물은 연강제 탱크에 농축염 또는 염덩어리 형태로 저장하고 산성 폐기물은 스테인리스 강 탱크에 저장한다. 즉, 폐기물은 30~50년 동안 저장한 후에 바다에 묻거나 수백 미터 깊은 지층에 보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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