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찌게 일하는 '찰떡궁합'...종은 생선 있는 곳이면 전국어디든 달려가

상설시장 입구. 이것저것 둘러보며 물건을 고르는 소리, 값을 흥정하는 소리들이 뒤엉켜 소란스럽다. ‘젊어 봤자 40대’라는 말처럼 나이 지긋한 상인들이 대부분인 시장에서 젊은 부부의 모습은 유달리 눈에 띈다. 상설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자리 잡고 있는 ‘용광수산’. 이곳이 김용광(38), 박정미(34)씨 부부의 일터다.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이들 부부가 억센 시장에 터를 잡은 것도 벌써 5년째가 됐다. 젊은 부부답게 열심히 일한 덕인지 인근의 생선가게 가운데서도 가장 손님이 많은 편이다. 부인 박씨도 회를 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처음에는 비린내가 진동하고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마다했지만 이제는 ‘시장상인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부부가 서로 일을 나누는 모습이 ‘찰떡궁합’이다.

김씨 부부가 만난 사연도 ‘천생연분’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전주우체국과 마을금고에서 각각 근무할 때 우체국 직원들과 마을금고 여직원들의 단체 미팅이 있었다. 박씨는 남편이첫 만남 자리에서 대뜸 결혼하자고 하더란다. 지난 93년 백년가약을 맺어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는 큰아들과 4학년, 2학년인 딸을 두고 있다.

아이들이 커 가자 여느 부모들처럼 교육문제는 큰 고민으로 다가온다. 정미씨는 “이왕이면 좀더 나은 곳으로 학교를 보내고 싶지만 여건이 허락지 않아 걱정스럽다”고 말한다.

또 시장일이 늦어도 오전 8시에 시작해서 밤 10시는 족히 돼야 집에 들어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자녀들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다는 미안함을 늘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결혼 직후부터 모시고 있는 시부모님이 자녀들을 잘 챙겨주는 것에 위안을 삼고 있다.

박씨는 요즘 활어를 도매하는 일에 신경을 많이 쏟는다. 군산, 목포, 통영, 충무 등 싸고 질 좋은 생선이 있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가리지 않고 다닌다. 산지에서 구입해 오는 생선들은 횟집 등에 도매로 넘긴다. 여기서 벌어들이는 수입도 김씨 부부에게는 ‘쏠쏠’하다.

박씨는 “생선장사는 부지런해야 한다”며 “하루 4시간 이상 잠자지 않고 일하는 시간과 수입이 비례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박씨는 상설시장 생선가게가 “알찌다”고 표현했다. 시장 한쪽에 자리 잡은 허름한 가게지만 실속이 있다는 말이다. 번듯한 간판과 건물에서 종업원을 여럿 두고 운영하는 횟집보다 실수입은 더 낫다는 것이다.

이들 부부는 상설시장 내에서 30여년째 장사를 하시는 어머님이 이제는 좀 쉬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나이 드신 분에게 소일거리라도 있는 것이 좋다지만 그래도 마음은 영 편치 않다. 부모님을 모셔야 하기 때문에 분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김씨 부부의 모습에서 시장상인의 생선 비린내보다 아름다운 향기가 배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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