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 견학 가면 사업예산 우선 배정" 정주권 개발로 유도... 행정개입 시인

부안군이 핵폐기장 유치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지역지원사업을 미끼로 이장들을 교육에 동원하려 한 사실이 드러나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9일 보안면(면장 장황규)은 도로 및 배수로 등을 정비하는 10억여원 가량의 정주생활권 개발사업 예산 우선 배정에 도움이 된다며 40여명의 지역 이장들에 대한 대덕원자력연구단지 견학을 시도했으나 보안면 농민회 등 주민들의 저지로 무산됐다. 이날 아침 TV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촬영 세트장 관광 뒤 대덕으로 출발해 김종규 군수와 결합할 예정이던 관광버스는 끝내 좌석을 텅 비운 채 일정을 포기하고 말았다.
1차 출발 시도는 예정된 집결지인 면사무소 앞. 아침 8시께 견학을 위해 모여든 이장 20여명은 보안면 농민회 회원 및 반핵 대책위원 30여명의 설득으로 해산됐다. 이에 보안면은 관광버스를 이곳에서 1.5km가량 떨어진 면내 한 음식점 앞으로 이동시켜 재차 출발을 시도했으나 이 역시도 저지당하고 말았다.
저지 과정에서 이명수 농민회 회장은 “이것이 면민의 단합과 면의 발전을 위한 일이냐”며 강력히 항의했다. 이장단협의회장을 중심으로 리별 이장단 대표들이 대덕 견학 일정에 동의한 것은 면사무소에서 부추긴 ‘지역 발전을 위한 정주권 예산 확보’가 명분. 이 사실은 견학 무산 뒤 농민회의 요구로 9시께부터 면장실에서 열린 보안면측의 해명 자리에서 밝혀졌다.
최영수 총무계장은 “군에서 정주권 사업을 배정하니까 아무래도 일찍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예산 우선 배정 가능성을 거론하며 견학을 유도한 행정의 조직적 개입을 시인했다.
이 자리에서 또 다른 문제로 부각된 것은 공무원들이 국책사업추진연맹(국추련)측과의 협조속에서 주민 동원을 시도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이날 견학 동원 현장에는 이 지역 국추련 관계자들인 최아무개 씨와 장아무개 씨의 모습이 보였고 군 관계자들이 이들을 독려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강하원 농민회 부회장은 “이장도 아닌 국추련측 인사들이 모습을 보인 이유가 무엇이냐?”며 따져 묻자 장면장과 최계장은 별다른 답변을 못해 양측 사이의 긴밀한 공조를 시인하기도 했다.
이날 견학 일정에 대해서는 몇몇을 제외하면 모르고 나왔던 이장들도 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출발 전날인 28일 주민들의 설득으로 절반 가량의 이장들은 이미 견학을 포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들의 저지와 반발로 파문이 확산되자 보안면사무소에는 송태섭 부군수와 김영섭 행정계장 등 군청 직원들이 출장을 나와 당황한 기색으로 사태 파악과 대응책 모색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이처럼 강력한 반발에 주민들과의 면담을 약속했던 장황규 면장은 상황을 모면키 위해 면사무소 담을 넘어가다 발각돼 다시 면장실로 불려오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서복원기자 bwsuh@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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