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투쟁 물거품 될수도 ... 사전 논의 했었어야" 주민들 견학 저지 과정

지난달 28일 저녁 보안면 농민회 사무실은 농민회 회원들과 반핵 대책위 회원 20여명은 이틑날 예정된 이 지역 이장들의 대덕 견학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했다.
의견은 쉽사리 모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부안군의 ‘핵폐기장 유치-주민동원 행정’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견학 프로그램에 김군수의 결합이 예정된 것이 또 다른 화근이었다. 김재관 부안군농민회 부회장은 “군수로서는 지금 핵폐기장을 재차 유치 신청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가 그동안 반대투쟁을 벌여온 것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강성 반핵지역으로서 보안면이 입은 상처도 문제였다. 김병효 씨는 “우리는 정말 뜨겁게 싸워 왔는데 왜 우리 보안면이 일번 순위로 이장단 견학을 가야 하느냐”며 부안군이 기획한 모종의 ‘작전’에 걸려든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부안군이 각종 지역사업 배정을 약속하며 이장들 몇 명을 들쑤셔 놓아 문제를 불거지게 했다는 사실에 대한 분개도 나왔다. 회의에 참석한 한 주민은 “행정에서 지역발전에 관한 명분을 내세우니까 거기에 넘어간 것 같다”며 견학 행사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형배 산업담당 등 면사무소 직원들의 이름까지 거론했다.
또 다른 주민은 행정에 보조를 맞추며 견학을 주도한 몇몇 이장들에 대해 “동네 발전을 위해 견학을 갔다 와야 한다고 했다면 우선 동네 사람들과 사전 논의를 거쳐야 했다”고 원망했다.
열띤 분위기 만큼이나 처음 대응 해법은 가지각색이었다. 이장들에 대한 설득 작업을 할 것인지의 여부를 놓고도 잠시 논란이 벌어졌다. 설득 무용론에 대해 “막연히 불이익이 두려워 행정이 시키는 대로 하면서 얼굴이라도 내비치려는 이장들이 많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그에 따라 우선 마을별로 이장들에 대한 개별 설득 작업을 벌이면서 다음날 농민회원들과 대책위원들을 중심으로 견학 집결지인 면사무소 앞에서 항의를 조직했다. 농민들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농번기를 앞두고 아침 일찍부터 못자리 작업을 하다가 나와 식사도 거른 채 빵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서복원기자 bwsuh@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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