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계속되는 가뭄으로 메말라 가는 농작물을 바라보며 농심마저 타들어가고 있다. 104년만의 가뭄이라고 했던가? 물이 없다. 씻을 물은커녕, 마시고 살 물이 걱정이다. 개울물이 마르고 저수지의 바닥이 들어 나고 있으며 저수량이 위협받고 있다. 앞으로 일주일 안에 비가 오지 않으면 우리나라 저수율은 10%로 이하로 떨어진다는 예측은 남의 일이 아니다. 밑바닥을 보이고 있는 저수지는 인간의 우매함을 보는 것 같다. 이대로 계속된다면 우리는 물과의 전쟁을 해야 한다. 아니 이미 물과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부안은 물 걱정할 일은 별로 없으니 심각성을 모른다. 앞에는 서해바다요 뒤에는 식수원 부안 댐이 있고 옆에는 동진강이 흐르고 있으니 생거부안(生居扶安)이 실감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지구상의 물은 갈수록 고갈되고 결국 물 때문에 인간의 생존이 위협받는 그 날이 멀지않았다. 우리나라에서 한 방울도 나지 않는 석유보다 비싼 것이 물이 아닌가? 그렇다. 인간 스스로가 환경을 파괴하고 오염시킨 결과로 우리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으며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뉴질랜드와 호주를 방문한 적이 있다. 울창한 숲과 잘 보존된 자연환경에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여행 중 어느 곳이든지 화장실에서도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었던 기억이 새롭다. 자원이 널려 있다고 하여 있는 데로 다 써버리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활용하는 그 나라 국민들의 자연환경인식과 생활습관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일본 중소 도시인 후쿠오카도 마찬가지이다. 도심지 한 가운데 흐르는 하수도가 시냇물처럼 맑고 깨끗하여 가재와 보리새우 등, 많은 물고기가 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놀라웠다. 그 뿐만이 아니다. 도심지 한 가운데 있는 공원에서 돌아다니는 도마뱀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쾌적한 도시환경을 만들어 냈고 그것은 곧 자연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부여받고 있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렇다. 21세기는 환경의 시대이다. 1차 전쟁은 나 자신과 자신의 싸움이라면 2차 전쟁은 자신과 타인과의 싸움이다. 그러나 3차 전쟁은 인간과 자연과의 싸움이라고 했으니 앞으로 지구는 인간과 자연과의 친화적 관계를 어떻게 회복시키느냐에 삶의 풍요로움이 달려 있다.「 인간의 행복은 자연이 우리에게 무엇을 주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보호하고 지키느냐」가 관점인 것이다. 이제 물은 단순한 물이 아니라 자원이며 에너지고 무기이다. 물에 대한 소중함과 가치를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물은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정에서 주부가 사용하는 물 한 방울이라도 아껴 쓰고 공중목욕탕에서도 물 한 방울 낭비하지 않음이 필요하다. 이것은 누구 한사람에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실천해야 할 과제이다. 이제 하늘만 쳐다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가뭄이 계속되면 애 타는 심정으로 하늘을 쳐다보며 비가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비가 많이 오면 바보스럽게 다 흘려보내는 악 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물을 지켜야 한다. 인간은 물을 떠나 살 수 없는 존재이다. 물은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하느냐에 따라 자원(資源)이 될 수 있고 독수(毒水)가 될 수 있다. 자연을 보호하고 한 방울의 물이라도 아껴 쓰는 생활의 지혜가 필요하다. 문제는 실천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지키지 않음은 죄악이다. 말로 외치는 구호가 아니라 가정에서 사회에서 직장에서 몸에 배인 생활습관에 성패가 달려 있는 것이다.

물, 그것은 바로 생명(生命)이다. 무한한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에너지인 것이다. 여러 가지 현상으로 인간에게 주는 마지막 경고 메시지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관리를 통해 넉넉한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물과 전쟁으로 인한 혹독한 고통을 당하기 전에 인간은 친환경적 모습으로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물론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50년, 100년 후를 내다보고 지금부터 실천하자는 것이다. 부안사람, 우리에게 준 물의 감사함을 생각하며 물을 아끼고 지키는 지혜로운 한주를 시작하자.  

/ 신대철(전북청소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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