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 사람 -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정정순 씨

사람은 누군가와 만남을 통해서 변화하고 또 이러한 과정 속에서 다른 사람을 변화하게도 만든다. 특히 장애인과 만남에서는 더욱 그렇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애인을 먼발치에서 보는 것이 전부 일수도 있다. 그렇기에 비장애인과 장애인과의 첫 만남은 다소 어색할 수도 있다. 특히 중증장애인은 더욱 그럴 것이다.

필자가 소개하려는 정정순 씨도 불과 4년 전만해도 장애인과 만남은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사람 중 한명 이었다. 물론 지금은 비장애인들보다 장애인들을 오히려 더 살갑게 대한다. 그녀가 이렇게 변화 된 것은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일을 하게 되면서 부터다. 그녀가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인으로 활동하게 된 것은 지난 2009년 2월 경 이라고 한다.

당시 그녀는 이 일이 생소했었고, 평소 장애인과 접촉이 없었던 터라 장애인 활동보조일이 낯설게 다가왔다. 그렇지만 이들과 만남이 지속 될수록 자신의 역할의 중요성과 이들의 삶에서 활동보조 서비스가 얼마만큼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는 단순한 서비스의 역할 자가 아닌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더욱 관심을 가졌다. 정씨가 이 일을 하면서 처음 만났던 사람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김단예씨다. 그의 하루 일과의 대부분 동네 마실이나 집에 있는 강아지와 노는 것이 대부분 이였다.

정씨는 이런 그를 위해 그가 필요한 일들을 스스로 일을 찾아서 했다. 기본적으로 가사서비스와 목욕은 물론이고, 염색약을 직접 사서 머리염색을 해주고, 깨끗한 외모를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 했다. 또한 꽃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꽃이 많은 곳을 찾아다니며 구경을 시켜주는 등 그를 밝은 모습으로 이끌었다.

정씨가 장애인들을 위해 배려하는 마음은 시각장애인 서천수씨 경우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지난해 1박 2일 코스로 서울에 나들이를 간적이 있다. 이 때 서씨는 나들이 가는 것을 망설였다. 정씨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눈이 보이지 않은 뒤로 처음으로 멀리 가는 여행이라서 두려운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 때 정씨는 서씨의 마음을 이해하고 나들이를 적극 권유했고, 이에 나들이 가기를 결정한 서씨는 새 옷과 새 신발을 준비하는 등 출발 전날까지 설레이는 마음으로 보냈다고 한다.

그렇게 나들이를 떠났고, 정씨는 여행지에 도착해서 앞을 보지 못하는 서천수씨를 위해 일일이 주변 모습들을 설명했다. 63빌딩에 갔을 때에는 스카이라운지에서 내려다보이는 한강과 사람들의 모습, 주변 풍경을 하나하나 서씨가 느낄 수 있도록 설명하고, 역사박물관에서도 전시되어 있는 사진의 내용과 전시되어 있는 물건 등을 자세하게 얘기해주고 서씨의 나들이가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이런 그에게 일에 대한 회의가 찾아온다. 지난해 그가 담당했던 한 대상자가 갑자기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로 인해 정씨는 한동안 몸과 마음이 지쳐 이 일을 놓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을 기다리는 장애인들 생각으로 다시금 마음을 고쳐 잡았다. 그 후 정씨는 활발한 활동을 보이며 또 다시 장애인들의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나태양 어린이를 위해 학교 수업에 마치는 시간에 기다렸다가 복지관에서 언어치료와 물리치료를 받게 하고, 또 목요일이면 드림스타트 센터에서 언어치료를 받게 하기 위해 태양군과 유모차를 2층까지 들어 나르는 등 여자로서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태양군을 보살폈다. 수업을 마치면 집에 데려와 인터넷을 통해 동화와 동요 등을 들려주며 정서발달에 도움을 주기위해서도 애썼다.

이런 그녀에게 또 다시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발생한다. 지난해 12월 초음파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갑상선 암을 진단 받는다. 그 순간 그녀는 딸과 가족들 생각에 한동안 눈물로 시간을 보냈다. 그때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다고 한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고, 평소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정씨는 정상 생활을 되찾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장애인들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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