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출신의 조선시대 여류시인 이매창을 기리기 위한 백일장과 사생대회가 지난 22일 매창공원 일대에서 열렸다. 올해로 34회째 맞는 이번 대회에는 지역의 초·중·고 학생 1천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운문과 산문, 사생 등에서 재능을 겨뤘다. 이번 대회 시상식은 오는 18일 부안문화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본보는 이번 대회 참가자들 가운데 운문과 산문, 미술 분야에서 장원을 차지한 학생들의 작품을 세 차례로 나눠 게재할 계획이다. 그 첫번째로 운문 부문의 수상 작품과 심사평을 먼저 싣는다. - 편집자주


매창백일장 수상작_초등부 저학년_운문 부문

들판
격포초등학교 3학년 신주미

넓은 들판 새싹소리가 들린다.
봄비를 내려주세요
사람들은 새싹소리를 못 듣는다.

넓은 들판에는 구름이
새싹소리를 들을 수 있다.
구름이 새싹소리를 듣고
봄비를 내려준다.




매창백일장 수상작_초등 고학년 장원_운문

들꽃
부안동초등학교 5학년 최만석

조그마한 언덕 위에
달처럼 활짝 펴 있는 한 송이의
들꽃은 매일 외롭게 하루하루를
보내곤 한다.
들꽃은 언제부턴가 친구를 사귀곤 한다.
아침엔 구름과 해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곤 하고
저녁에는 별들과 달과 놀곤 한다.
이젠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
아침이 오길 손꼽아 기다리다 놀고
저녁을 손꼽아 기다리다 놀고
배가 고프면 이슬을 먹고 했다.
배가 부르면 구름들과 속담이야기도 한다.
들꽃이 낮잠을 자면 가끔
바람이 와서 들꽃을 살랑거리며 춤을 추곤 한다.
들판 위에 조그마한 꽃 한 송이는
아침이슬을 마시며 아침맞이를 한다
“어? 내 옆구리에 동그란 봉오리가 달려 있네.”
하루이틀삼일이 지났다.
옆구리에 있던 것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일주일이 되었다.
“어! 나와 똑같이 생겼네. 넌 어디서 왔니?”
그 꽃은 아무 말도 없었다.
그 꽃과 조금씩 친해지고 있었다.
매일 아침 같이 이슬을 먹었고
저녁에는 반짝거리는 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낮에는 솜사탕처럼 하얀 구름과 이야기를 나누며
두 꽃은 그렇게 살아갔다.


매창백일장 수상작_중등부 장원_운문

들꽃
삼남중학교 3학년 박찬희

하얗게 물든 당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당신은 도둑 같습니다
언제나 당신을
본 때면
내 마음 당신이
가져갑니다.

당신은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함이
더 아름답습니다.

내가 당신을 쳐다보면
당신은 바람과 함께
고개를 돌려
버립니다.

이렇게 매정한
당신…
그래도 기다립니다.
내 가슴 다 태울 때까지

당신이 질 즈음
내 마음 태양처럼
저기 멀리 바다 속으로 저물어 갑니다.

여전히 난 하릴없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매창백일장 수상작_고등부 장원_운문

들꽃
부안여자고등학교 2학년 노진자

장막에 숨었는지 뵈지 않더니
어이해 뚜렷한 환상으로
내 뇌를 점령해 올까
초록의 들판
꽃 그늘 아래로 숨어드는
흙의 향기는
맨살 모두 내어준
바람의 하얀 눈물에
봄바람 소리가 달처럼 둥글다
어디선가 아이들은 웃고 떠들고
그렇게 봄날 오후는 익어 가는데
이유 없는 슬픔은
어디선지 모르게 성큼 다가와 있다.
하염없이 짓누르는 삶의 무게는
오늘도 시간을 엮는데 실려지고
보고픈 친구들은
빛 바랜 편지 속에
소복히 담겨 있는데
빈 가슴에 스며든
봄날 햇살은 설겅 하기만 해
먼 하늘 너울대는 꽃잎 속에
아련한 추억처럼 파묻히고
나는
왠지 눈이 부셔 눈물 맺는다
내 마음은
언제나 봄빛에 물들고
빈자리 일으켜 기도로 치유하며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려는 그대
영혼을 담은 그리움의 통증은 황홀하였다.
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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