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언제까지 민심 파악만 할 것인가사면 복권 등 수습대책 조속히 발표해야

무위당(无爲堂) 장일순 선생님은 ‘지도자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단체장들에게 강연을 하신 적이 있다.

선생님은 그 강연에서 “지도자란 어머니 같아야 된다. 어머니는 밥 해주시고, 똥오줌 닦아 주시고, 청소를 해 주시기 때문에 고마운 분이다. 어머니라고 뻐기기 때문에 고마운 게 아니다. 여러분은 각 단체의 대표이다. 장(丈)이다. 그러나 거기 앉아 대접받으라는 장이 아니다. 거기서 어머니 노릇하라고 장을 만들어 준 것이다”라고 하셨다. 또 “대표 혹은 우두머리가 된다는 것은 어머니가 되는 거다. 위에서 시키고 누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 밑에 있는 사람들 보다 더 아래서 일을 해야 해”라고 말씀하셨다.

21일 11~13시께 격포 풍경

지난 21일 격포 선착장에서 해양경찰청장배 전국요트대회 개회식이 있었다. 이 행사에 김종규 군수가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쁜 농사일을 제쳐두고 10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들었다. 그리고 김종규 군수가 나타나자 주민들은 욕설과 야유를 퍼붓기 시작하였고, 경찰들은 행사장을 울타리처럼 겹겹으로 둘러싸고 주민들의 행사 참여를 봉쇄했다.

행사 중 다른 관계자들이 연설을 할 때는 비교적 조용하다가 김군수의 연설이 시작되자 꽹과리, 징 소리와 욕설 등으로 몹시 소란스러웠다. 행사가 끝나고 김군수가 식당으로 향하자 호위하던 경찰들과 주민들 간의 몸싸움이 벌어졌고, 그것을 보던 김종규 군수는 미소를 지으며 횟집으로 향했다. 군민들은 횟집 밖에서 분을 삭였다. 그리고 빵으로 허기를 채우며 그를 기다렸다.

식사를 마친 김군수가 나타나자 수십 개의 계란이 김군수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자 경찰들은 김군수를 기동대 차에 태우고 황급히 달아나 버렸다. 이때 한 관계자의 말. “한 ×× 때문에 우리가 무슨 고생이여. 한 ×만 참석을 안했으면 우리도 주민도 편할 것인디, 참 개××고만.”

12시께 부안의 한 음식점 풍경

격포에서 계란이 날아가는 시간, 부안의 한 음식점에서는 총리실의 남영주 민정수석과 전 대책위 집행부 4명이 막걸리 잔을 놓고 마주 앉아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남수석은 핵폐기장 부지 선정의 새로운 공모 절차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전 대책위 집행부들은 “지난 2년 동안의 과정을 사과하고, 사면 복권을 비롯한 보상책을 발표한 다음 새로운 절차를 밟든지 말든지 하라”는 이야기가 엇박자로 가고 있었다.

전 집행부들은 “만약 부안에서 다시 주민투표를 하자고 한다면 감옥 갈 각오를 하고 싸우겠다”고 분명하게 못박았다. 부안의 민심 수습에 관해서도 역시 매끄럽지 못하다가 결국 정리된 문건으로 요구해달라는 정도로 이야기는 끝나고 말았다.

14시30분께 부안군수실 풍경

격포에서 주민들에게 계란 세례를 받고 돌아온 김 군수와 백아무개 과장, 김아무개 비서실장, 그리고 남영주 수석이 찻잔을 마주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부안의 향후 방향에 관한 설전을 벌였다. 한쪽에서는 어차피 부안은 수용성이 높지 않으니 유치 신청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이야기를 한 것 같고, 우리 지역의 목민관은 “유치 신청을 하고 주민 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주민 투표의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이야기가 충돌하다 자리가 정리되었다고 한다.

매듭짓는 행정을 하라

그날 남영주 민정수석의 부안 방문 목적은 부안의 민심 동향의 흐름을 파악하러 온 것이었다. 이 대목에서 정부에게 묻고 싶다. 언제까지 민심의 동향이나 파악하고 있을 것인가. 총리의 ‘매듭짓는 행정’은 구호일 뿐인가? 2003년의 부지 선정이 무산되었으면 매듭을 지어야 할 게 아닌가. 정부는 부디 매듭짓는 행정을 보여주길 바란다. 사면 복권을 포함한 민심수습대책을 조속히 발표할 것을 촉구한다. 지금은 바로 그런 결단을 할 때이다.

부안의 목민관에게도 바란다. 언제까지 주민투표를 고집하여 주민들 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면서 정치 생명을 연장할 술책만 부릴 것인가. 찬성과 반대가 모여서 토론하고 각 마을을 돌면서 홍보를 한다고 상상해 보라.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지 끔찍하지 않은가? 군민들의 희생이 얼마나 더 필요한가 말이다.

군수에 당선되기 전 형님, 누님, 동생 하던 사람들이 항의하고 절규할 때 비웃듯 미소 짓는 수장은 더 이상 목민관이길 포기한 것이다. 다시 한 번 인용하거니와 “장(丈)은 백성들을 편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어머니 같은 존재”이기 때문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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