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 사람 - 부안 유천리 청자박물관 한정화 학예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인디아나 존슨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영화 속 주인공 인디아나 존슨은 온갖 위기를 극복하고, 모험을 즐기며, 신비의 유물을 손에 넣지만 끝내 신비의 유물은 그 존재의 유출을 허락하지 않죠. 이런 극적인 반전은 현실 속에도 존재한다. 슬리만은 한낱 전설로 치부되던 트로이의 유물을 찾아 떠난다. 마침내 그는 트로이 유적을 발견하고 어마어마한 보물을 손에 넣지만, 감상의 영예만을 누린 후 독일에 빼앗기고, 그 유물은 현재 러시아에 미공개로 보관되어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을 사로잡았던 신비의 유물에 대한 환상의 세계에서 끝내 현실의 세계로 돌아오지 못하고 여전히 환상의 세계에서 사는 소녀가 있다. 이런 영화 속 주인공이 바로 부안 청자박물관 한정화 큐레이터이다.

대학교 1학년 때 그녀는 진서리 도요지 발굴 현장에 참여하여 부안과 첫 인연을 맺은 후 충북대학교 박사 학위 과정 중 유천리 발굴작업에 참여하여 부안과 끊을 수 없는 연을 확인하게 된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부안을 떠나야 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부안을 떠나지 못했다. 남겨진 마음은 격포 앞바다, 곰소, 영전, 진서리, 유천리 등을 매일 헤매고 있었다. 부안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질 무렵 유천리 청자전시관이 건립되어 학예사를 공모한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2009년 12월 1일을 그녀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날 건물만 덩그렇게 지어진 유천리 청자전시관에서 정식으로 첫 근무를 했다. 그녀는 그리움에서 사명감으로 의식을 바꾸고 텅 빈 청자박물관을 하나하나 채워 나갔으며, 마침내 2011년 4월 22일 청자전시관이 개관되었고, 그녀는 소리없는 눈물을 흘렸다.

1년간의 전시 기간을 보내며 그녀는 의미 있는 개관 1주년 행사(고려청자 특별기획전)를 기획한다. 특별기획전의 핵심은 국보급 도자기 9점을 대여받아 전시하는 것이었지만, 국보의 나들이가 그렇게 쉽게 허용될 리는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끈질긴 설득과 박물관 유물관리부장과의 인연으로 국보의 부안 나들이가 허용되었다. 참고로 강진의 청자박물관 개관기념전에는 2점의 청자가 대여되었는데, 그것도 유천리 청자전시관에 대여된 구름 학무늬 매병, 국화무늬합 등의 희귀국보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녀는 부안 유천리 청자전시관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품고 있다. 유천리 청자전시관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자부한다. 그렇다고 여기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유천리 청자박물관에 대표상표가 없다는 것에 고민하고 있다.

현재 이화여대 박물관에 보관 중인 청자상감연국죽인물매병은 청자에 인물화가 새겨진 유일한 자기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사를 토해내게 하는 그야말로 국보 중의 국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청자의 발굴지가 바로 부안 유천리이다. 그녀는 이 청자의 귀환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리고 통 큰 기증자이며 문화재 수집가인 김대환 선생님의 기증도 절실히 원하고 있다. 그녀는 유천리 청자박물관에 대한 자신의 헌신을 알아준다면 김대환 선생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

풍부한 문화자원을 가진 부안이 그것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한다. 젊은 인재들이 현장의 문화시설로 파견돼 문화컨텐츠 개발에 몰두하기를 바란다. 이제 그녀는 단 하나의 꿈을 가지고 있다. 유천리 청자박물관을 국내 최고의 박물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한정화 학예사는 1971년 충남 연기군 조치원에서 태어났다. 유천리청자박물관에 영혼을 맡긴 덕분에 두 딸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행복한 자신만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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