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주유시 연비 좋아지고 이산화탄소 줄어정부, 지난해 10만톤 생산 내년엔 4배 늘릴 것원료유 부족이 문제... 유채 재배 성공이 관건

요새 유채기름을 넣은 자동차가 부안을 활보하고 있다. 운전자들은 일반 경유를 넣었을 때와 비교하며 놀란 표정을 짓는다. 떨림이 적어지고 엔진은 부드러워졌다는 것이다.

힘이 세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5단을 넣고 내변산을 관통하는 736번 도로를 일주했다고 자랑하기까지 한다. 게다가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뿜어 나오던 검은 연기가 하얗게 변하더라며 뿌듯해 한다.

유채기름뿐만이 아니다. 콩기름도 되고 해바라기 씨로 짠 기름도 된다. 식용유도 되고, 비싸서 그렇지 참기름으로도 차가 간다고 한다. 사실이다. 다만 식물성 기름의 끈적끈적한 점도를 낮추는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공정을 마친 기름을 바이오디젤이라고 한다. 식물성 기름을 가열하고 혼합해 씻어 내면 경유와 물리적 성질이 비슷해진다. 경유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식물성 기름으로 산유국 대열에 끼는 것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뜨는 바이오디젤

요즘 이 바이오디젤이 뜨고 있다. 정부에서는 2004년 현재 10만톤 규모의 생산량을 2006년에 40만톤으로 늘릴 계획을 잡아 놓고 있다. 국제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정부의 눈을 이쪽으로 돌리게 만들었을 것이다. 두 차례의 석유파동을 겪은 경험이 있는데다 우리 땅에서 키워낸 식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로서는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의무적으로 줄이도록 하는 교토의정서(기후변화협약)가 지난 2월 발효된 것이 정부를 옴짝달싹 못하게 했다.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받아 1차 대상국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올해 말부터 2차 의무이행을 위한 협의에 들어가야 한다. 이와 관계없이 우리나라는 2차 이행기간에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담할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세계 9위의 이산화탄소 배출 국가인 우리나라로서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경유 값을 휘발유의 85%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정부발표는 바이오디젤의 가격경쟁력을 더욱 높이도록 할 전망이다.

소리 없는 경유 전쟁

게다가 당초 계획대로라면 오는 5월24일에 시범운영을 마치고 바이오디젤 판매를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돼 있다. 이쯤되니 기존 정유업체들로서는 그리 유쾌한 상황이 아니다. 앞으로 수조원의 시장이 바이오디젤 쪽에 뺏기게 생긴 탓이다.

현재 시범운영 기간에 해당 주유소에서는 바이오디젤 20%에 경유 80%를 섞어 팔고 있다. 이를 BD20이라고 하는데 이 혼합비율도 바뀔 공산이 크다. 자동차 업계에서 바이오디젤 5%에 경유 95%를 섞은 BD5까지만 보증을 해주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BD20이나 BD100을 주유한 차량의 고장은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이다.

바이오디젤 품질 기준안 구축에 참여해 왔던 전북대 오영택(기계항공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규격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면 연료로 전혀 문제가 없다”며 “BD100은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환경개선 효과가 그만큼 안돼 메리트가 없지만 BD20을 썼을 때도 일산화탄소 등이 상당히 많이 준다”고 말했다. 사실상 바이오디젤을 100% 써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산자부 관료도 “자동차 업계가 그렇게 주장을 하지만 정당한 논리가 아니다”고 일축한다. 하지만 산자부에서는 사실상 BD5를 상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시범고시 기간도 당초 5월24일에서 올해 말로 연장할 태세다. 정작 더 중요한 이유는 원료유 때문이었다. 확대보급을 하려고 해도 원료유가 없다는 것이다.

주목받는 유채

산자부와 의견은 다르지만 원료유 부족 문제는 바이오디젤 생산 업체 역시 인정하고 있다. 폐식용유는 기존 유통망 때문에 구하기 어렵고 대부분 대기업으로부터 식물성 기름을 사거나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에너지기술연구원 이진석 바이오매스연구센터장은 “실제 바이오디젤이 담당할 수 있는 부분은 100만톤 정도”라며 “원료유 가운데 50% 가량은 해외에서 수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나 업계에서 이 같은 원료유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하는 것이 바로 유채다. 최근 10a당 17만원이 지급되는 경관보존직불금도 에너지 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신청 대상에 최소 면적 1ha 이상 집단화할 것을 명시하고 특색 있는 경관작물을 심을 것을 시책으로 밝힌 것도 이와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유채의 경우 지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 2모작이 가능하고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월등하게 높다는 점에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정부 역시 시험재배를 통해 올해 10월께에 확대 재배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경관직불금을 통해 일부 소득보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농림부 한 관계자는 “당초 경관직불금은 소득이 없어야 지원되는 것이지만 바이오디젤과 관련해서 지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채와 관련한 시험이 성공하면 농민은 새로운 소득원을 만들고 바이오디젤 업체는 안정적인 원료유를 얻게 될 전망이다. 또 지자체는 아름다운 경관을 얻고 중앙정부는 교토협약에 대비하게 된다. 그야말로 일석 4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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