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 사람 - 농(청각장애인)통역사 김은경(37) 씨

봄볕이 따사로운 지난 24일 오후 부안농아협회(부안수화통역센터)에서 김은경(37)씨를 만났다. 김 씨는 이곳에서 농(청각장애)통역사로 근무하고 있으면서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농아들의 몸동작, 표정 등을 해석하고 수화통역사에게 전달해주는 역할과 함께 수화지도를 하고 있다.

그는 3살 때 열병으로 인해 청각장애를 갖게 되었지만 장애를 극복하고 신학교 신학과와 국제디지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부안수화통역센터에서 8년째 농아들의 언어 소통을 위한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삶은 농아들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어려운 현실에 대해서 깊이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농아들을 위한 필요한 정책이나 대안 등을 제시하고 또 실현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가 농통역사로 일하면서 피부로 느꼈던 것은 농아들의 현실은 ‘소외’라는 단어로 압축된다고 말한다. 이는 국가정책적인 부분만이 아닌 부안군의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특히 행사 때면 그 소외감은 더 크다고 한다.

“장애인의 날 행사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행사에서 수화통역사가 앞에 나서서 통역을 하는 사례가 없습니다. 그로 인해 농아들은 어떤 얘기를 하는지 알 수 없고 행사 내용에 대해서도 모른다는 이야기지요. 그래서 행사 때 농아들이 참석 할 때만이라도 수화통역을 해줬으면 합니다.” 김 씨는 이렇듯 농아들의 소외된 현실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며 다각도로 노력을 하고 있다. 김 씨는 얼마 전 친구들하고 유럽 여행에서 있었던 얘기를 소개했다.

“그 곳은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정말 잘 되어 있었습니다. 놀이공원에 갔는데 농아들을 위한 수화통역사가 상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꿈도 못 꾸는 일이지요. 또한 일반인들이 놀이 기구를 타려고 줄을 서 있어도 장애인들에게 맨 앞줄을 내줬습니다. 이처럼 유럽은 장애인에 대한 정책이 잘 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는 장애인 정책이 너무 뒤 떨어져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김 씨는 농아들의 복지부분은 더욱 낙후 되어 있다고 말한다. 특히 농아 부부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에 대한 교육을 보면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문화 가정과 비교 하면 이해가 빠를 수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도 엄마들이 우리말을 잘 못하고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이들 교육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농아 부부 자녀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농아 자녀들도 정부에서 지원하는 교육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는 이들의 바람 입니다” 김 씨는 이러한 현실을 잘 알 수 있는 것은 자신도 1남 1녀를 둔 학부모이기 때문이다.

수화통역사를 통해 그와 대화를 나누었지만 농아들을 위한 그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와 인터뷰를 마치면서 수화 한 가지를 배우기를 청했다. 그러자 한손은 주먹을 쥐고 또 다른 손은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펴서 주먹을 쥔 손 위로 원을 그리며 돌렸다. 사랑해라는 뜻 이란다. 주먹은 사람의 머리를 뜻하고, 손바닥을 펴서 원을 돌리는 것은 머리를 쓰다듬는 다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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