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 사람 - 엄마사랑어린이집 김막민 원감선생

작은 숨소리 하나라도 삼켜버리듯 곤히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그녀는 나지막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새근새근 잠들어 있던 한 아이가 앙증맞은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녀가 조심스럽고도 재빠른 동작으로 아이에게 다가가 살며시 아이의 가슴을 토닥거리며 아이 곁에 눕자, 아이는 이내 깊은 잠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녀는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이 번에는 피곤이 엄습해 와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그녀는 악귀 같은 잠을 떨치듯 자신의 볼을 두세 번 두드리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다시 그녀는 아이들을 그윽이 바라보았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가가 가늘어 지고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그녀에게 이 곳은 작은 꽃밭이며, 이 작은 꽃밭에서 마흔을 넘기고, 이제는 오십을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그렇게 긴 세월 작은 꽃밭을 지키며, 꽃밭이 자신을 지켜준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김막민 원감선생님은 1969년 군산 대야면 금반마을에서 태어났다. 군산실업전문대학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1989년 익산 리라유치원에서 유아교육의 일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그녀는 유아교육을 아이들의 마음 속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의 부족한 능력에 마음이 아프고 답답했다. 그래서 오십을 바라보는 지금에도 학업을 포기하지 못하고 학업에 집념을 불태우고 있다. 아이들과 생활하는 것은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힘겨운 노동이다. 아이들과 부대끼다 보면 말 그대로 파김치가 되다시피 한다. 그래도 그녀는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항상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그녀는 호원대학교에 편입하여 못 다한 공부를 마쳤고, 서울 사이버 대학에 편입해서 상담심리학을 공부했다. ‘영유아 교육 상담사’ ‘사회복지사’ ‘아동독서지도사’ ‘부모역할 효율성 훈련’ ‘상담심리사’ ‘유치원정교사’ 등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16년 전 지금의 남편을 만나 부안에 정착했다. 그녀는 능력이 부족한 자신이 모든 것에 잘하려 한다는 게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아내, 좋은 며느리, 좋은 선생님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러한 강박관념은 그녀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불행은 겹쳐서 밀려오듯 뜻하지 않은 사고가 찾아온다. 10년 전 귀가차량지도를 마치고 어린이집으로 복귀하던 중 접촉사고가 일어나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지금도 그때의 사고로 휴유증이 남아 있지만, 부상보다 힘들었던 것은 다시는 아이들과 생활할 수 없다는 절망감과 믿었던 사람을 잃어버리는 아픔이었다.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그때의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서러움과 분노와 절망의 시선이 교차했다. “지금은 모든 것을 잊었어요. 그때는 우울증에 빠져 있었어요. 다행히 이 곳에 와서 다시 아이들과 생활할 수 있다는 게 기쁨이죠. 여기가 내 작은 꽃밭이거든요”

그녀는 2년 전에 우석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해 상담심리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다문화 가정 아동이 지각한 편견과 차별’이라는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그녀는 현재 엄마사랑어린이집에서 10년 째 원감선생님으로 근무하고 있다. 유아교육은 아이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지금도 굳게 믿고 있다. “그냥 선생님으로 남고 싶어요. 무슨 미래를 위해서 공부하는 것은 아녜요. 아직도 아이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지도 못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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