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청소년해양수련원 건립에 부지 기증"소음 줄여달라" 요구에 "공사방해로 고발"주민들 "배은망덕" 공사 중지 집단행동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이번 기회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도청리 수락마을 주민들이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나 있다. 전북 청소년 해양수련원에서 들려오는 공사 소음 때문이다. 해양수련원은 2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생활관 건물을 공사중이다. 20일 전 공사가 시작된 뒤 주민들은 밭일은커녕 집에 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소음과 진동에 시달렸다. 주민들은 공사 현장과 수련원을 찾아가 공사 소음을 줄여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공사현장 관계자의 “공사방해로 고발하겠다. 법대로 하겠다”는 말은 주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했다.

주민들은 전북도 교육청에 공사 중지를 요청하는 등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이에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 전북도 교육청 공사 감독관과 수련원 관계자 등이 수락마을로 찾아와 주민들과 간담회가 마련됐다. 대부분 6,70대인 주민들은 교육청과 수련원 관계자들을 마구 꾸짖었다. “저놈들은 대한민국 놈들이 아니다. 중국 천안문사태처럼 탱크로 밀고 들어온 것과 같다”. “땅에서 솟구친 것이여,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여. 다 어머니 뱃속에서 나왔을텐데 왜 말을 안 들어.”

주민들의 성난 목소리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현재 수련원 자리는 초등학교가 있던 자리다. 주민들은 아이들을 위해 운동장 용도로 무상으로 땅을 기증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수련원을 짓기 위해 초등학교를 폐교시켰다. 주민들이 기증한 땅도 자연스레 교육청 소유로 넘어갔다. 땅 기증에 대한 감사 표시도 없었음은 물론이다.

수련원이 경치 좋은 바닷가를 가로막고 들어서자 관광객의 발길은 뚝 끊어졌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던 장사도 모두 끊겼다. 수련원은 공유수면에 철망 울타리까지 쳤다. 밤이면 수련원에서 들려오는 노래 소리 등으로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수련원은 새 건물까지 올리며 번성하지만 주민과 수락마을은 갈수록 죽어가고 있었다. ‘땅’ 주고 ‘뺨’ 맞는 꼴이 돼버린 것이다.

수련원 생활관 공사가 시작될 때 공사현장 주변엔 그 흔한 차단막도 없었다. 주민들이 항의하자 뒤늦게 비닐하우스용 보온 덮개로 차단막을 설치했다. 보온 덮개가 진동과 소음을 막아 줄 리 만무했다. 얼마엔 그나마 전 공사가 중단된 적이 있었다. 알고보니 KBS 이순신 촬영팀의 요청으로 드라마 촬영시간에 공사를 중단했다. 반면에 주민들의 요구는 무시하고 되레 공사 강행과 위협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주민들은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청에까지 밀어붙이기식 관행이 남아 있는 것에 혀를 내둘렀다.

현재 공사는 5일째 중단된 상태다.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했다. 공사하기 전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소음과 진동이 주민생활에 피해만 주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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