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장 백지화 염원부안군민 모두의 작품현재 모두 40곳 이상 훼손돼

‘반핵벽화’가 수난을 맞고 있다.

부안군이 벽화제거 작업을 각 면별로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벽화 훼손을 위해 압력, 감언이설, 예산지원 유혹 등의 방법을 총동원했다. 부안군의 난데없는 벽화 제거는 주민과의 마찰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의 핵폐기장 유치 후보지 선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주민들은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다. 주민들은 ‘문화예술회관 방화’로 건물 일부가 전소된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복구를 미뤄 오면서 주민들의 폭력성만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부안군을 비난한다.

‘반핵벽화’는 2년여에 걸친 핵폐기장 반대투쟁이 만들어 낸 마지막 상징물이었다.
박종규 씨는 “지워진 벽화는 모두 복구할 생각”이라고 말하며 “핵폐기장 백지화 이후 발전된 주민들의 희망을 담아 벽화를 계속 그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핵폐기장 반대 투쟁 과정에서 주민들은 경찰에 의해 플래카드 등이 자주 철거당하자 건물과 주택의 담장에 생명과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벽화를 그렸다. 당시 그려진 ‘반핵벽화’는 자연친화적인 글과 그림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벽화는 거리 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와 함께 투쟁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호평을 받아 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벽화는 어떤 의미인가.

벽화는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보루며 아직도 싸우고 있다는 상징이다. 핵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군민들의 희망이 담긴 것이다. 벽화는 부안군민 모두의 작품인 것이다. 자연과 생명, 희망을 상징하는 자연친화적인 문구가 들어가 있는 벽화는 오래 보관할 만하다. 설령 반핵싸움이 완전히 끝나더라도 부안의 발전방향과 부안 사랑의 의미를 담은 문구와 그림으로 대체해야 한다.

-현재 훼손 상황은.

부안군은 보안면을 시작으로 변산, 상서, 하서 등 각 면별로 일제히 벽화 제거 작전에 돌입했다. 특히 격포, 모항, 궁항 등 관광지가 많은 변산면의 경우 이들 관광지 중심으로 일제히 벽화 제거 작업을 실시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상서 9곳, 궁항 5곳, 모항 5곳, 보안 9곳, 하서 10곳 이상 등 총 40여 곳 이상이다. 궁항의 경우 이순신 세트장 주변 벽화가 모두 지워졌다. 모항 또한 5곳의 벽화가 모두 지워졌다.

-어떤 방법으로 벽화를 지우나.

군수의 지시에 따라 각 면에서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벽화 훼손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벽화 제거 작업에는 이장은 물론이고 공익근무요원, 상근예비역, 공무원 등이 동원됐다. 변산면에서는 면장이 직접 진두진휘하고 나섰다. 격포에서는 변산면장의 지시 아래 벽화를 훼손하려다 주민들의 반대로 벽화를 지켜낼 수 있었다.

상서면에서는 밤 시간을 이용해 주민들 몰래 지웠다. 최근에는 공무원을 동원해 “다른 곳은 이미 다 지워졌고 이 집만 지우면 된다”는 거짓말로 주민들에게 벽화 제거 확인 서류에 도장을 받고 있다. 변산면은 ‘누에타운’과 ‘궁항 주차장’ 예산 지원을 대가로 벽화를 지울 것을 요구했다.

예산 지원과 관련된 마을의 이장들을 감언이설로 유혹하는 방법도 자행하고 있다.

-심정은 어떤가.

하나, 둘씩 줄어드는 벽화를 보면 정말로 착잡하다. 벽화가 지워진 것을 목격한 주민들이 수십통의 전화를 내게 해 왔다. 전화를 받은 뒷날 내소사부터 시작해서 벽화가 지워졌다는 곳을 둘러봤다.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벽화는 부안의 꿈이었다. 부안군민의 꿈을 짓밟는 행위다.

-앞으로의 대책은.

벽화를 그릴 당시 담장 주인에게 사용승낙서를 받았다. 담장 사용승낙서가 차고 넘쳤지만 시간이 부족하고 인력이 모자라서 다 그리지 못할 정도였다. 핵폐기장이 백지화되는 그날까지 반핵대책위에 담장의 이용권한을 위임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은 부안군 내 각 읍·면장에게 공문을 보냈고 우체국 내용증명까지 확보해 둔 상태다. 전 반핵대책위 김인경 교무를 비롯한 관계자, 농민회, 주민들과 협의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생각이다.

변산면, 상서면 등도 주민들이 모여 면장을 면담하고 훼손된 벽화에 대한 보상과 추후 훼손에 대한 즉각 중지를 요구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지워진 벽화는 다시 그릴 것이다. 부안군민의 희망을 계속해서 그려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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