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 주적 개념 없앴건만경찰, 군청 대북관 옛 그대로

“첫째, 월북자의 행방을 찾거나 연고지를 수배하는 사람은 의심스럽게 봐야 합니다. 둘째, 중국동포, 무역업자, 이산가족을 상대로 북한 사람들과의 상봉을 주선하겠다고 할 때는 의심해 봐야 합니다.”

지난 8일 수협이 1천여명의 어민을 대상으로 개최한 한 교육행사장에 강사로 초빙된 군산해양경찰서 관계자가 설명한 일종의 ‘사례로 보는 간첩 식별법’이었다. 6·15 남북정상회담 뒤 증가한 남북간 경제·문화 교류의 현실도 국방부 백서의 주적 개념 삭제도 경찰의 전통적인 대북관을 바꾸지 못했던 모양이다. 끝내 “해안가에서 돌을 던지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도 조심해야 합니다”라는 발언으로 이어지자 어민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강연이 끝난 뒤 내용이 지나치게 반북 일변도라 시대착오적인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간첩이 있겠느냐는 생각 말고 평온하고 해이해질 때 안보의식을 가져 줘야 한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반북 교재의 존재 여부에 대해 “일관된 지침은 없다”며 “스스로 정리한 교안”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이 같은 경찰의 반북 행태는 군청 행정에서도 그대로 발견됐다. 최근 행정체계를 통해 이장들에게 전달된 한 방송홍보안(‘화학탄 투하 시 행동요령 홍보 문안’)은 가상 상황을 설정하긴 했지만 더욱 노골적으로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표현과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홍보안은 “부안군민께 알려 드립니다. 천인공노할 북괴 집단은 우리 부안지역에 또다시 화학무기를 사용하기에 이르렀습니다”라고 시작해 대북 공포감을 조성시켰다.

수십년 동안 지속된 반공·반북의 습성이 하루 아침에 소멸되지는 않을 터이다. 하지만 지역의 경찰과 행정당국이 공존가능한 실체로서 북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이상 ‘우리 안의 분단’ 역시 쉽게 사라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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