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 사람 I ‘만나반점’ 김기용 씨

   
 
곰소마을 봉래경로당에 자장면 잔치가 벌어졌다. 점심시간 되자 자장면 배달통에서 족히 40여개의 자장면 그릇들이 수북이 쏟아져 나온다. 식욕을 자극하는 구수한 냄새가 진동하자 어르신들은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자장면 앞에 모였다. 서로 먼저 먹어보라고 권하는 손길에서 온정이 묻어난다.

봉래경로당에서는 매주 목요일은 특식을 먹는 날이다. 격주로 자장면과 칼국수를 먹는 날에 곰소 1마을에서 5마을의 어르신들의 방문으로 경로당은 더욱 붐빈다. 경로당에 자장면을 특식으로 무료로 제공한 주인공은 바로 진서면 진서리 곰소1마을에 사는 만나반점 대표 김기용(사진.54)씨였다.

이 마을에 벌써 3년째 봉사를 해 오고 있다는 김대표는 목요일이 되면 생업을 밀쳐둔다. 경로당에 자장면 배달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영업이 시작된다.

“값싸고 하찮은 자장면이지만 동네 어르신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서 힘든 만큼 뿌듯함을 느낍니다.”
그는 받은 만큼 다시 되돌려주는 마음으로 동네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시작했단다.

25년 전 우연히 마을 의료봉사에 동참했다가 마을 어르신들이 아들 며느리가 논밭에 일 나가면 끼니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의 음식봉사는 시작됐다. 그런데 야채 값이 비싸지고 밀가루 값이 올라가자 주위 사람들의 만류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한 번 시작한 자장면 봉사를 그만 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목요일 자장면이 오는 날이면 목 빼고 기다릴 어르신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었다. 자장면을 손수 배달하면서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으러 경로당에 오는 동네 어르신들의 바쁜 발걸음과 맞부딪칠 때면 그는 혼자 배시시 웃곤 한다.

어렵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김대표는 세상에 남한테 손가락질 안 받고 사는 게 그저 감사하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아버지 약값을 벌기 위해 배우기 시작한 그의 중화요리 맛은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 있다. 관광객이 들러 맛있게 먹고 난후 그 맛에 반해 인터넷 블로그에 맛집으로 소개됐고, 그 사이트를 보고 찾아왔다는 관광객의 말에 그도 그제서 야 실감했단다.

30년째 만나반점에서 단골들에게 가장 불티나게 팔리는 메뉴는 역시 자장면이다. 짬뽕과 탕수육도 주변 상가 사람들과 주민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다. 김대표의 봉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수요일이면 곰소교회 노인대학에 부인 홍경옥(53)씨와 노래교실에 동참한다. 자비로 과자를 듬뿍 사가지고 시상품으로 전달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해진다.

동네 어르신을 내 부모처럼 챙기는 김대표에게 몇몇 사람들은 군의원 나올려는 속셈이다는 오해를 했다. 그 말에 젊은 사람이 이토록 노인들을 챙기는데 박수는 못 칠망정 비방한다며 오히려 동네어르신들이 발끈하고 나서서 대변을 해줬다.

이제는 웬만한 동네사람들이라면 그의 선행을 다 알고 있다. 적십자회원과 범죄예방위원까지 소리 없이 참여하는 김대표의 집에는 한국음식업중앙회와 내무부장관 등이 수여하는 감사장과 표창장이 수두룩하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할 때부터 손잡고 봉사를 다녔던 그는 건강하게 커가는 자식들을 바라보며 아무런 바람도 없다. 현재 삶에 감사하며 그저 묵묵히 자신의 힘이 닿는 데까지 어르신들에게 자장면을 배달하며 열심히 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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