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원식 공무 수행...스스로를 철 감옥에 가두는 꼴

작년 7월 11일 의회와 주민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핵폐기장 유치신청 발표를 했던 김종규 군수는 정부와 전북도로부터 ‘17년 국가숙원사업의 해결사’라는 칭찬을 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는 직접 ‘수고많다’는 격려전화까지 받았다.

그러나 윗 사람들의 칭찬을 들은 김 군수의 처지는 그리 편치 못하다. 정작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지역에서는 멸시와 조롱, 규탄의 대상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군청을 둘러싸고 있는 무겁고 칙칙한 컨테이너 박스는 김군수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컨테이너 박스는 ‘군청 경비업무의 필요성’이라는 이유로 경찰에서 설치했다. 부안군의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주민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경찰관계자는 “주민들의 시위와 집회가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철수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박스는 철저하게 군수보호를 목적으로 주민들을 차단하는 거대한 ‘성벽’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군수는 작년 7월 14일 산업자원부에 핵폐기장 유치 신청서를 제출한 직후부터 경찰관 12명의 신변보호를 받았다. 경찰은 김군수가 집과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는 물론 서울과 외부출장 때에도 항상 붙어 다니는 '그림자 경호'를 했다. 이 같은 그림자 경호에도 불구하고 내소사에서 주민들에게 뭇매를 맞고 관용차가 뒤집히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밖에서는 경찰, 안에서는 컨테이너박스에 둘러싸여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주민을 피해 다녀야만 하는 부안군 행정책임자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

지금의 모습은 김군수가 핵폐기장 유치 신청을 한 날부터 시작됐다. 그는 산자부에 유치신청서를 제출하러 갈 때도 주민들의 눈을 피해 관용차량이 아닌 군직원의 차량으로 상경했다. 또 자신을 잡으러 온 주민 ‘체포조’를 염려해 산자부에서 지원된 차량을 타고 1청사 정문을 통과해 간신히 장관실로 올라갔다. 마치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다.

지금도 비밀첩보작전은 계속되고 있다. 김군수는 일부 주민과 약속을 잡았다가 정보가 노출되면 약속장소를 바꾸는 등 공개적인 활동과 행사참석을 전혀 못하고 있다. 이미 한 지역의 수장으로서의 역할과 권한을 상실했다. 주민들은 “그는 이미 군수가 아닌 물러나야 할 파탄의 원인제공자일 뿐이다. 경찰과 컨테이너 박스의 보호로 007첩보원 같은 군수직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상적인 업무수행 조차도 힘들 정도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지역의 행정 책임자에게 ‘주민을 위한 행정’이라는 말은 너무 낯설어 보인다. 경찰과 컨테이너 박스에 둘러싸여 보호받고 있는 동안 그는 사실상 철 감옥에 수감된 꼴이 된 셈이다.
‘컨테이너 지방자치’의 끝은 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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