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 사람 I 도예가 윤성식 씨
▲ 윤성식 씨 |
윤 작가는 불을 지피고 나서 가마를 열 때 희열을 느낀다. 빼곡히 쌓여있는 그릇들이 무척 세련되고 감각적이었다. 다기세트와 화기 스텐드, 식기, 장신구 및 소품에서 섬세한 감성이 묻어났다.
현재 부안도예가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윤 작가는 전국사발공모전과 2010목포도자기축제 공모전에 입상하기도 한 실력가다. 그렇지만 아직 10년도 채 안된 새내기 도예가다.
광고기획사에 다니던 그가 이천 도자기축제를 기획을 하던 중 도자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서른넷의 늦깎이로 도예의 길에 겁 없이 뛰어들었다.
미술대 서양학과를 전공했던 실력으로 6년 전 손재주 하나만을 믿고서 친구에게 눈썰미로 배워가며 일찍이 공방을 운영했다.
물론 주위의 염려도 컸다. 그러나 도예를 하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화폭의 그림보다 재미를 느꼈던 그가 도예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길이라는 것을 깨달은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전남도립대학 도예다도과에서 본격적인 도예 공부를 시작하면서 도예가로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윤 작가의 주특기는 투각기법에 있다. 조각도로 구멍을 뚫거나 파내어 문양을 넣는 장식기법으로 조선시대의 연적, 필통과 같은 전통자기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투각은 요즘 스텐드 등 생활 자기에서 많이 활용된다.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섬세한 윤 작가의 작품은 담백하고 질박하면서도 편안한 생활자기로 서민들이 애용하는 필수품이 되고 있다.
특히 격조 높은 형태로 눈길을 사로잡는 다기는 예술로 승화된 윤 작가의 생활 속 작품 중의 하나다. 예술적 조형미와 실용성까지 두루 갖춘 작품을 빚는 그는 차 도구 한 점을 만들기 위해 전국의 차 문화 행사를 찾아다니며 다도에 대한 연구를 하는 등 차에 빠져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 맛을 알아야 제대로 된 차 도구를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단지 형태를 만들었다고 해서 전부가 아니라는 거다.
차를 즐기는 다도인들은 제일먼저 다기 뚜껑을 흔들어보고 손잡이를 살짝 쳐보며 물을 따라보는 실험을 한다.
뚜껑은 잘 맞아야 하고 손잡이를 쳤을 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며 물은 질질 흘리지 않고 깔끔하게 따라져야만 제대로 된 다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도자기 작품의 완성도는 마지막 불의 선택에 달렸다고 그는 말한다. 윤 작가는 가마문을 열 때마다 첫사랑과 마주선 것처럼 늘 설렌다. 생각지도 못했던 멋진 작품이 나오면 ‘이거 하나 건졌구나!’ 하는 기쁨으로 바로 이 맛 때문에 힘든 줄 모르고 일한다.
정성들인 작품들은 불을 잘못지피면 균열이 가고 깨지기 부지기수여서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야만 좋은 작품을 얻을 수 있기에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때론 예술과 생업 사이에서 갈등을 겪기도 한다는 윤 작가는 틈틈이 작품 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도예가들이 그렇듯이 여유롭게 전통작품 활동에만 전념하는 게 소원이나 아직은 사정이 여의치 않다.
예부터 도자기 산지인 부안에서 여주나 이천처럼 도자기축제를 열어 전국적으로 부안의 도자기를 알리고 싶다는 윤 작가는 생활 속 그릇의 차원을 뛰어넘어 조형 예술로서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