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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영구 씨
한낮 땡볕 아래서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한창 옥수수를 수확하고 있는 심영구씨(사진·53)를 만났다. 옥수수 밭에서의 익숙한 손놀림은 무척 재차다. 옥수수를 따내고서 곧 바로 낫으로 옥수수 대를 싹둑 잘라낸다.

고소한 검정 찰옥수수는 수정농장의 대표 품목 중의 하나다. 고객들의 주문량을 대지 못하니 아예 홈페이지 메뉴에도 올리지 않는다. 특히 옥수수와 풋완두콩, 땅콩 등은 한정품목으로 특별한 단골들만이 맛 볼 수 있다.

매사에 농사일이 즐겁다는 심씨는 부인 권명옥(50)씨와 20여 년째 햅쌀을 비롯해 찰보리, 땅콩, 옥수수, 콩, 고구마, 마늘, 고추, 감자 등 땅에서 나는 온갖 잡곡을 재배한다.

쌀만해도 친환경인증우렁이쌀, 일반현미, 검정찰흑미, 현미찹쌀 등 종류가 다양하고 호박고구마, 밤고구마, 자황고구마, 서리태, 메주콩, 약콩 등은 고객들의 취향에 따라 배송된다.

수정농장의 맛은 특별하다. 처음 지인들로부터 시작된 수정농장의 평가는 꼬리를 물고 입소문을 통해 전국적으로 고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곳 제품의 맛이 유난히 고소하다는 고객들의 평가다. 자연히 판로가 해결되고 이른 봄부터 예약이 들어와 물량이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심씨가 농사에 재미를 붙인 건 겨우 7여년에 불과했다. 부모에게 논 여섯 필지를 물려받아 농사가 싫어 그저 빈둥거리며 겨우 먹고사는 것으로 만족하며 지냈다.

그러던 그가 본격적으로 농업기술센터 도움으로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개설하여 주문량이 늘기 시작하면서 농사짓는 재미에 푹 빠졌다.

벼농사만 3만여 평을 짓고 있는 심씨는 그것만으로 벅찰만한데 1200여 평의 밭작물까지 짓고 있었다. 그래서 부부는 둘이서 할 수 있는 분량만을 재배한다. 고객과의 약속과 신뢰를 위해서다.

옥수수 수확이 끝나고 8월 중순이 되면 고구마를 캔다. 봄부터 겨울까지 달마다 농산물을 출하하니 일 년 내내 수입이 쏠쏠하다.

연간 매출액을 살짝 물었더니 부인이 관리하니 잘 모른다며 웃음으로 대신한다. 소일거리로 가꾼 땅콩 수확만 2000만원 나왔다고 하니 웬만한 직장인보다 훨씬 나을 듯싶다.

맛있게 농사짓는 비결이 도대체 뭘까. 몹시 궁금해졌다. 맛을 좌우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르게 농사 방법을 개발하며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했다.

웬만하면 농약을 덜 치고 일부는 무농약으로 재배하기도 하면서 친환경 퇴비도 직접 제조하여 만들어 쓴다.

한여름 뙤약볕에 아랑곳하지 않고서 잘 익은 옥수수를 따는 그의 얼굴은 연신 싱글벙글하다. 들판 한복판에 서 있는데 갑자기 소낙비가 내렸다. 당황하는 기자에게 이까짓 비쯤이야 예삿일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일손을 멈추지 않았다.

마음을 비우고 항상 자연 속에 묻혀 농사지으니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큰 욕심이 없다. 그저 자식들 커가는 모습과 자연이 준 선물이 고마울 따름이다.

주문한 상품을 받은 고객들이 맛있다고 전화 올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농장주 심씨는 잘 익은 옥수수를 맛보라며 덥썩 내밀었다.

땅은 노력한 만큼 보답해준다고 믿는 심씨의 정성과 땀방울이 고스란히 땅에 배여 고소한 열매를 맺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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