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두터운 장삼자락 벗어던졌습니다
진달래 개나리 새긴 날듯 가벼운 옷차림입니다 들판은 흙 내음 거름 냄새로
농부들 마음이 바빠집니다 바다는 담장 너머 핀 복숭아꽃 보더니
이내 순풍이고요
햇살은 암탉의 품속입니다
까치댕이에서 싹튼 보리가 띠목으로 배뫼로
그리움처럼 번집니다
동백 목련 매화 산수유 산벚꽃이 파릇한 보리길 따라나섭니다
떠난 사람들에게 편지 쓰고 싶습니다
함께 봄바람이라도 나자고
<까치댕이, 떠목, 배뫼는 작당, 모항, 주산의 옛 우리 이름임>
<덧붙이는 글>
주말이면 벌처럼 날아드는 승용차를 보면서 나도 벌이 되어 내소사와 궁항 이순신 세트장에 날아갔다. 꽃보다 자동차 수가, 사람 수가 많은 부안의 봄날이었다. 내소사의 전나무들은 여전히 곧고 궁항의 바다는 포근했다. 산에 산에 핀 꽃 한 아름씩 따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안겨 주고 싶었다.